ⓒ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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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8월 기업대출 ‘822조’

가계대출 규제 지속…기업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둔화 양상을 나타냈다. 월별 증가폭을 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 규모 자체는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지난 8월까지 55조원 이상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32조원)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권 안팎에선 건전성 지표 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의 월별 증가폭이 줄어든 것일 뿐이며 총량을 기준으로 보면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이 다수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조정하면서 기업대출로 영업 방향키를 틀수 밖에 없는 여건이기에 향후 있을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 잔액은 총 822조8,7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2%(55조5,576억원) 늘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8%(32조9,548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의 월별 증가세는 지난 8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3월 8조4,408억원 증가한 기업대출 잔액은 4월 10조8,940억원, 5월 7조2,776억원, 6월 8조251억원, 7월 6조8,803억원을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후 8월에는 4조6,43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작은 규모로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잔액을 끌어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대출 증가폭을 보면 3월 3조2,753억원, 4월 6조1,377억원, 5월 3조2,445억원, 6월 4조4,165억원 증가했고 7월과 8월에도 각각 3조1,910억원, 1조782억원 늘었다.

◆ 기업대출 ‘둔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차원

기업대출 증가폭이 감소한 것은 가계대출이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침체로 가계대출이 주춤한 지난 1분기 기업대출의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연간 자산성장률을 가계대출로 상당부분 채우다 보니 기업대출을 내줄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 8월 9조6,259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이며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CET1이 낮아져 CET1을 기준으로 설정한 배당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5대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는 13.4~20.15%에 분포한다. 대기업대출(34.23~41.9%)·중소기업대출(37.52~50.56%)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 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 집중…기업대출 건전성 악화

문제는 향후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가계대출에 집중돼 있어 기업대출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2단계로 끌어 올리면서 개인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폭이 더 커지고, 그만큼 한도도 더 줄어든다. 적용하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여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인 것이다. 이전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는 스트레스 가산금리로 0.38%포인트가 적용됐지만, 이제는 0.75%포인트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주담대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1.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매겨진다. 스트레스 DSR의 영향을 받는 대출의 범위 역시 확대됐다. 2단계부터는 은행에서 받는 신용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에 따른 가산금리가 책정된다. 또 해당 제도에서 벗어나 있던 2금융권도 주담대에 한해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에 영업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36%로 1년 전보다 0.05%포인트 올랐다”며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도 0.27%로 0.02%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연체율 자체 수치는 물론 상승 폭도 모두 기업대출이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규제가 강화하고 있기에 (은행입장에선) 기업대출에 집중할 수 있고, 이런 와중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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