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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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올 상반기 법인 예수금 727조155억원

“은행 입장, 예대율 관리 호재”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은행이 기업들로부터 받아 둔 예금 규모가 1년 새 34조원 불어나며 727조원을 넘어섰다.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시중은행에 몰린 것이다. 또 법인들의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 및 4월 배당급 지급을 위한 자금 예치가 늘면서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영업 확대가 필요한 은행들로서는 손쉬운 자금 확보에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은행계정상 법인 예수금은 727조15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92조6,499억원) 대비 11.5%(34조3,65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법인 예수금이 200조8,600억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였다. 1년 전(188조2,270억원)과 비교하면 6.7%(12조6,330억원) 늘어난 액수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의 법인 예수금이 같은 기간 178조7,470억원에서 190조9,522억원으로 6.8%(12조2,052억원)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이어 국민은행의 법인 예수금은 145조2,475억원에서 153조608억원으로 5.4%(7조8,133억원) 늘며 150조원을 돌파했다.

농협은행의 법인 예수금 역시 61조4,493억원에서 63조2,858억원으로 3.0%(1조8,365억원) 소폭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118조8,567억원을 기록해 증감 폭의 변화가 작았다.

기업들이 은행에 맡긴 예치금은 부동자금의 성격을 띈다. 대기성 자금으로 유가증권이나 채권, 외화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남겨둔 것이다. 또 법인세 납부를 위한 자금 예치,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 지급을 위한 자금 편입도 예수금 증가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금융 불확실성이다. 기업 자금이 대기성으로 은행에 묶이는 것은 투자로 이익을 얻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대외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일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장기간 세계를 누른 고금리 압박이 완화하리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그만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또한 커지게 됐다. 과거 미국 금리 인하 사례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1년 이내에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 사례가 4회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이어진 경우도 3회에 이른다.

정부까지 나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현 기준금리 수준이 높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줄어든 만큼, 한은 금통위를 향한 기준금리 인하 공세는 더 거세다. 한국이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을 그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 최근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승세로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 금융시장에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보다는 관망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예금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며 “(반사이익으로) 은행 입장에서 법인 예수금 중심으로 자금 확보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데, 가계예금을 늘리기 쉽지 않은 와중 불어나는 기업들의 예금은 은행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호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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