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3위 올랐던 카카오, 20위권 밖으로
배터리, 바이오업종, 주가도 하락세
AI 수혜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세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시장 트렌드 변화로 인해 대기업집단별 시가총액(시총) 순위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수혜 기업이었던 카카오의 시총 등락이 컸고,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은행주나 지주사 시총 변화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 당시 주목받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업종이 시장 위축과 신뢰감 부족으로 시총 순위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코로나19 수혜’ 카카오 하락세…플랫폼 규제에 ‘흔들’
재계 상위권(20위) 기업 가운데 지난 4년 간 시가총액 변동 폭이 가장 큰 곳은 카카오그룹이다. 이달 1일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7조6,490억으로 코스피 상장사 중 시총 순위 20위 밖(21위)으로 밀려났다.
카카오는 코로나19 당시 언택트(Untact) 기업으로 수혜를 받으면서 한때 주가가 급등했다. 카카오 주가의 상승 배경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언택트 종목이라는 특수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사업 다각화의 성공 ▲ 테크핀, 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의 수익성 개선 등이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카오의 주가 상승 배경에 대해 “코로나19가 촉발시킨 사회경제의 구조적 변화, 즉 언택트(Untact) 시대의 가속화로 인해 관련 회사의 사업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코스피 기업 가운데 시총 순위가 22위(이하 우선주 제외)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지난 2021년 6월 15일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상장종목 중 3위까지 올라갔다. 당시 플랫폼 경쟁자였던 네이버의 시가총액까지 제친 것이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네이버를 넘어선 것은 2010년 카카오톡 출시 후 처음이다.
한때 천장을 뚫을 기세였던 카카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른 정부여당의 규제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와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규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부당국도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때부터 카카오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자회사 CEO(최고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도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은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한달 남짓 지나자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총 44만993주(약 900억원)를 전량 매도했다. 이 가운데 류 전 대표는 23만주를 팔아 469억원의 차익(현금화)을 냈다. 카카오는 류 전 대표를 모회사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내정했으나 먹튀 논란이 불거지자 류 대표는 사의를 표했고 카카오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카카오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은 46.88배가 넘는다. 삼성전자 PER이 14.07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주가가 고평가인 것이다. 글로벌 메신저 기업 메타플랫폼(페이스북)의 PER은 약 30배다.
아울러 오너 리스크는 카카오 주가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오전 1시 10분경 김범수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보다 높게 끌어올리는 등 시세 조종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카카오그룹과 김 위원장 측은 검찰 조사에서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카카오그룹의 주가 하락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 박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만약 카카오그룹의 최대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지배력이 잃어버릴 경우 카카오그룹의 전체적인 실적에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시장 주도주 배터리·바이오 업종 침체로 주가 하락세
코로나19 당시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이 시장 위축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세다. BBIG 업종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년과 2021년에 미래 산업을 주도할 산업들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정부도 민간 호응 차원에서 2020년 한국판 뉴딜 정책을 내놓으며 같은해 9월부터 KRX BBIG K-뉴딜지수를 산출해 발표했다.
2020년 성장주로 불리었던 해당 업종은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기준금리 상승과 긴축 기조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KRX BBIG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장지수펀드 ‘미래에셋 TIGER KRX BBIG K-뉴딜’의 수익률은 2일 종가기준 마이너스(-) 42.52%에 달한다.
관련 업종(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의 주가도 1년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8.24%) 삼성SDI(-48.23%)도 1년 전 대비 크게 하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66.25%), SK바이오팜(-47.82%)의 주가도 상장 후 주가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축은 투자자들의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VC 투자가 활성화 됐던 시기에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금을 연구개발 보다는 대주주의 사적 이익에 사용되면서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지주사 주가↑…AI 수혜로 SK하이닉스
지난 2월 발표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수혜로 대부분의 대기업 지주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종가 기준 CJ(91.96%) GS((23.70%), 삼성물산(40.44%) 주가는 연초 대비 크게 상승했다.
금융지주 주가도 크게 올랐다. KB금융지주(58.17%), 신한지주(60.39%), 우리금융지주(29.87%), 하나금융지주(57.36%) 주가도 30% 넘게 상승했다.
그동안 지주사들은 꾸준하게 이익이 성장했음에도 저평가를 받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LG, 롯데지주, 한화와 같은 지주사 뿐만 아니라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 미만이다. 이는 자산가치(기업의 장부가액) 대비 시가총액이 못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부진하던 지주사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 ▲상장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투자자의 평가 및 적극적 투자 유도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 1배 미만이면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대기업, 금융, 통신 등)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지주사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혜주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몇해 전만 해도 수익성이 없다고 평가받은 AI 산업이 최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의 챗GPT의 등장은 ‘아이폰 혁명’에 버금갈 만큼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감은 높다. 리서치 전문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 규모가 2023년 1,502억달러(약 200조원)에서 2030년에는 1조3,452억달러(약 1,800조원)로 약 9배 성장한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으면서 지난 1년간 주가가 146.69% 상승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AI 수혜를 받은 회사는 SK하이닉스다. AI 반도체 구동에 없어선 안 될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7만3,200원으로 1년전 주가 대비 44.94% 올랐다. 이는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13.88%) 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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