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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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상위권 기업들은 해외 현지 투자가 활성화됐기에 리스크 관리를 했으나 중견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일본의 금리 인상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안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경기침체로 단정하기에는 이른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견해도 제기됐다.

◆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경기침체·일본 금리 인상 ‘이중고’

미국발 경제침체 우려가 나온 것은 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들이 시장전망치를 벗어나는 불확실성이 보여서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지난달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에 밑돌았다. 제조업 PMI가 기준치 대비 50을 넘는 경우 경기 확장을 나타내며,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치 대비 크게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일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은 7월 비농업 일자리가 11만4000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17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6월 발표치(20만6000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전월 4.1%에서 4.3%로 0.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4.1%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미국 실업률은 지난 4개월 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제조업 고용지수에 이어, 2일 고용보고서 역시 시장 예상을 큰 폭으로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며 “고용시장 악화는 그동안 시장이 반영하지 않았던 경착륙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우려도 시장 변동성을 부추겼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커졌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란 일본의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서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니 본국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당국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 유입금액은 크지 않으나 위기 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겹치자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을 내주더니 전 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역대 최대 낙폭이다.코스닥 지수도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와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확산됐던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같은 날 일본 니케이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2.4% 폭락했다.

뉴욕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뉴욕증시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폭락세로 출발해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은 지난 주말보다 1033.99p(2.60%) 하락한 3만8703.2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60.23p(3.00%) 떨어졌다. 나스닥은 576.08p(3.43%) 폭락한 1만6200.08로 마감했다. 

◆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화되면 국내 기업 부담↑

글로벌 경기침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국내 기업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기업의) 수출 경기와 글로벌 경기의 순환변동치를 분석해 보면 매우 유사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으며 양자간 상관계수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글로벌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주요국별 성장률 변화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성장률이 1%p 떨어질 경우 우리 수출증가율(실질기준)은 0.34%p 하락하고, 미국의 경우 0.21%p, EU는 0.19%p 하락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미국과 중국 제조업 경기에 민감하다”며 “미국 경기가 침체가 아닌 둔화라도 국내 기업실적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상승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실적에 대한 기대”라며 “올해 들어 대미 수출품목들을 중심으로 개선되던 기업이익 상향 비율도 주춤해졌다”고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내리고 미국 경제의 침체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의 소비·투자가 원래 경로보다 위축되거나 회복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BSI 전망치는 97.1를 기록했다. BSI는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낮으면 부정적 전망인데 2022년 4월(99.1)부터 29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반론도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수출 의존도를 벗어나 현지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주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O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상위권 대기업들은 과거 수출 의존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직접 투자를 하는 추세”라며 “수출 의존도가 큰 중견, 중소기업들이 경기침체 발생 시 위험부담이 크지만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계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가 오히려 최근 반등한 상황”이라며 “최근 대기업의 허리 졸라매기도 지난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기우라는 견해도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난 7월 허리케인 여파, 미시간 공장 정비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 용지표 외 경제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경기 침체는 당장 우려할 리스크가 아니고 엔화발(發) 유동성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급락은 예상치 못한 엔화 초강세에 따른 유동성 충격(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이 중심에 있다”며 “미국 증시는 물론 여타 증시에 비해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배경에는 엔화 초강세 영향이 컸고 그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연준에 대한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이 달러 약세, 즉 엔화 강세로 이어질 위험은 잠재해 있어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엔화 흐름을 좀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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