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본사 전경 ⓒ SK
▲SK그룹 본사 전경 ⓒ SK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최근 SK그룹 등 여러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재무적투자자(FI)에게 전환우선주(RCPS·CPS)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RCPS는 비상장기업이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일반 회사채·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비상장사의 경우 RCPS를 통한 자금조달은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식돼 재무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있다. 때문에 비상장 기업들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기업공개(IPO) 등 여러 조건을 걸고 RCP를 발행한다. 

다만 위험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RCP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은 발행사(기업) 보다 FI에게 유리한 구조다. FI는 RCPS를 통한 투자 유치를 해 주는 대신 다양한 조항(옵션)을 달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실제 카페베네의 경우 무리한 RCPS 발행으로 경영권까지 상실됐다.

◆ 비상장사 자금조달시 등장하는 금융기법…RCPS·CPS는 무엇 

비상장기업이 사업 확장 시 자금 수혈을 위해 투자자로부터 RCPS 혹은 CPS 발행 계약을 맺는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벤처캐피탈(VC)나 스타트업에서는 RCP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대세가 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벤처캐피탈(VC) 신규 투자 가운데 우선주 비중이 71.9%로 가장 많았다. 우선주를 통한 신규투자는 대부분 RCPS 발행이다. 

RCPS는 말 그대로 상환과 전환이 모두 가능한 우선주다. 투자금을 채권처럼 원금+이자를 붙여 돌려받을 수 있고,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익배당도 우선으로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투자자에게 대부분 유리한 조건이다. RCPS 투자자는 투자한 회사가 기업가치가 상승하거나 증시에 무난하게 입성하게 되면 전환권을 행사해서 보통주로 전환해 엑시트(차익 후 매각)할 수 있다. 설령 기업이 투자자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상환권을 행사해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단 해당 기업에 이익잉여금이 남아있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회수받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에서 RCPS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큰 것은 비상장기업에게도 유리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 특성상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에 비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하기 여의치 않다. 일반적인 금융사(은행, 캐피탈)을 통해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상장기업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 RCPS 발행을 선호한다. 또한 비상장기업에 적용되는 한국회계기준(K-GAAP)에 따르면 RCPS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기에 재무건전성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 RCPS 리스크 간과말아야…부채비율 급증한 카페베네 사례 

하지만 RCPS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자금조달에 유리할 수 있으나 그만큼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시 감내해야 할 부담이 크다. 

RCPS로 기업 부담이 커진 사례는 왕왕 있다. 국내 커피프랜차이즈 카페베네는 2008년 설립 이후, 2010년부터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면서 한때 국내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가운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확장을 위해 발행한 RCPS는 부메랑이 됐다.

카페베네는 지난 2014년 7월 사모투자펀드(PEF) K3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23억원 규모의 RCPS 투자를 받았으나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하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카페베네는 RCPS 투자를 받을 시기 부채비율은 310%에 불과했으나 1년만에 부채비율이 1400% 늘어났다. 이후 K3에쿼티파트너스가 2015년 말 보유하고 있던 RCPS 149만1300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카페베네의 최대주주로 올랐고, 이후 2018년에 기업회생절차에 신청했다. 

◆ 재계 상위 기업도 RCPS 딜레마…SK 계열사 잠재적 부담↑

재계 상위권 기업 계열사도 RCPS 조달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의 계열사 SK E&S, SK에코플랜트, SK온 등이 있다. 

SK그룹의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브레인자산운용,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6,000억원을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투자받았다. 또한 글랜우드크레디트, 한투증권 등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만약 SK에코플랜트가 약속한 기간 내 IPO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대규모의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SK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SK E&S도 RCPS 발행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SK E&S는 2021년과 2022년에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RCPS를 발행해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1차 RCPS 만기가 2026년 하반기다.

KKR이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SK E&S는 만기가 도래하는 2026년 하반기부터 KKR에게 투자원금과 일정 수익률을 더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 2021년 11월 발행된 2조4000억원 규모의 RCPS는 만기 시점에 3.99%의 우선배당률에 따라 해마다 약 96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RCPS 발행 당시 7.5%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4893억원)하도록 했다. 

현재 SK그룹은 계열사 리밸런싱을 위해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장기업인 SK E&S 기업가치를 올려야만 FI인 KKR에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비상장사인 SK E&S 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의 가치는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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