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일부 기업들의 연이은 공개매수(TOB) 선언으로 주주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TOB(Take Over Bid)란 공개매수를 의미하는 금융기법으로 유가증권의 매입 기간, 가격, 수량 등을 미리 공고하고, 그 조건에 따라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을 뜻한다. TOB의 목적은 M&A 도모나 경영권 안정, 상장폐지, 지주사 요건충족 등이 있다.
TOB는 일반적으로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주주들에겐 호재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의 상장폐지 절차, 승계 목적에 사용되면서 소액주주 보호 수단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본시장에 단골 돼 버린 TOB, 유형별로 사례도 다양
공개매수’(TOB·take over bid)는 대상 기업의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특정 기업이 TOB를 선언할 경우 대상 기업과 매수할 주식 수, 매수 가격, 매수 기간 등을 감독당국(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매수 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거래되는 주가 보다 높다.
TOB에는 친화적 TOB와 적대적 TOB가 있다. 기업 친화적 TOB는 대상 회사의 경영진의 동의를 얻은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한화에너지가 한화 주식에 대해 공개 매수를 선언했는데 이는 친화적 TOB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적대적 의미로서 TOB도 있다. 적대적 의미의 TOB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양측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확보를 위해 나머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주가 상한에 상관없는 가격’으로 장외에서 사들이겠다고 공시하는 것이다.
적대적 TOB는 특정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시중가격 보다 높은 값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단기간에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기업매수 방식이다. 때문에 간혹 인수자 측이 대상 기업에 경영권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공휴일이나 주말에 언론을 통해 TOB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자본시장에도 적대적 TOB 사례는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적대적 TOB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그룹의 지주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놓고 KCC(옛 금강고려화학)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KCC는 2004년 2월 12일 공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7만1500주(8.01%)를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두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약 10배 가까이 폭등한 적이 있다.
공룡기업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를 두고 TOB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카카오는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9만원대에 에스엠 지분 확보에 나섰다. 하이브는 질세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약 15%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에 카카오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12만원) 보다 높은 15만원에 공개매수를 내건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쩐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두 공룡기업의 지분 경쟁으로 에스엠 주가는 한달 만에 30% 이상 상승했다.
◆ TOB, 주식시장 호재일까…소액주주 손실 입는 사례 많아
TOB에서 매수 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거래되는 주가 보다 높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과열될 경우 시장은 주가 상승의 호재로 받아들인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들이 지분 경쟁이 과열되면 주가도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논리다.
하지만 TOB가 항상 소액주주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최근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에 대해 TOB 선언을 했으나 오히려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공개매수가에 적용된 할증율을 두고 주주친화적인 행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에너지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주당 3만원은 직전 3개월(4월5일~7월4일)간 거래량 가중산술주가(2만7,126원)에 10.60%의 할증을 붙여 산출했다. 이 같은 할증률은 최근 1년여 기간 사이 진행된 20여 건의 현금 지급형 공개매수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현재 한화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은 69.3%로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반발에도 대응할 방법은 많지 않다. TOB로 인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훼손됐다는 판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TOB를 통해 보유한 기업을 자진 상장폐지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커머스 업체 커넥트웨이브, 락앤락, 쌍용C&E, 제이시스메디칼 등이 있다. 사모펀드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주주들의 개별 매입가에 비해 낮은 경우가 많아 소액주주들이 결국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동아시아 1위 PEF(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커넥트웨이브의 TOB 가격은 주당 1만8000원이다. 이 기업의 주가가 2021년 4만원 이상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이다.
- RCPS 발행 양날의 검…대기업도 부메랑 초래 우려
- 홈플러스 노조, 분할매각 저지 나서…홈플러스 “고용 안정 전제 진행 약속”
- ‘악재는 기회’…증권사IB, 부실 사업 저가 매수 시도
- MBK파트너스, 커넥트웨이브 1차 공매로 지분 86% 확보
- ‘양날의 검’ 풋옵션…신세계·롯데그룹 ‘전전긍긍’
- 4대 금융, 외국인 지분율 평균 62.4% ‘역대급’
- 전주페이퍼 “강화된 안전보건 대책 마련…즉각 시행할 것”
- 올 1분기 파생결합증권 발행 급감…“홍콩 ELS 사태 여파”
- 바이오매스 발전기업 6개사,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미래 ‘맞손’
- SK증권 ‘30일간 0%’, 고객 대상 신용 금리인하 이벤트
- 재계 경영권 분쟁에 파고든 사모펀드..약한 고리 공략
- MBK 파트너스 “지배구조 개선 위해 공개매수 추진”
- 영풍정밀, 장형진·사외이사3인·MBK파트너스·김광일 ‘배임’ 혐의 고소
- 상폐 8일 앞둔 락앤락,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 유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