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신용등급 하락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로 우려를 낳고 있으나 이러한 악재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PF 부실 구조조정은 대형 증권사에겐 부실채권(NPL) 매입 기회가 될 수 있고, 자금조달이 필요한 일부 기업에 풋옵션 계약을 맺거나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거래 수익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가매수의 기회가 오더라도 과당경쟁 가능성과 신용도 문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 금융당국 PF 부실 사업장, 증권사 NPL 줍줍 기회

금융당국 주도로 부동산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 추진은 대형 증권사들의 NPL 매수 및 펀드 조성과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PL(Non-Performing Loan)이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일반적으로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른 여신 분류 가운데 ‘고정이하 여신’을 지칭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하며 무수익여신이라고도 한다.

최근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NPL 매물이 늘어났고, 이는 금융투자업계(증권·자산운용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삼성증권 이경자·정민기 연구원은 “본격적인 PF 구조조정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다음 달부터 경·공매가 늘고 그간 미온적이던 NPL 펀드의 가동이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경·공매 기준 수립 등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가속화는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에 신규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부동산PF 위축으로 증권사들이 고전한 것은 맞지만 반대로 기한이익상실(EOD)로 공매에 들어간 부실 사업장을 인수하거나 NPL 투자를 통해 저가 매수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의 부동산PF 시장 연착륙 기조에 발맞춰 약 5조원 규모의 PF 신디케이트론 가동에 나섰다. 현재 5개 은행(NH·신한·우리·하나·KB)과 5개 보험사(한화생명·삼성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가 'PF 신디케이트론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한 금융사는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수요를 보강하고 필요할 경우 최대 5조원까지 규모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증권업계도 부동산 PF 관련 NPL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농협금융지주와 공제회 등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PEF)를 조성했고, KB증권도 부동산 사모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다만 위험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담보가치 하락과 회수지연 등을 유발할 수 있고, 공개입찰 경쟁을 통해 매입이 이뤄지는 NPL의 특성을 고려하면 경쟁이 심화되면 NPL 매입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업계, 재무부담 커진 재계 자금조달 지원 나서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지자 증권업계가 자금조달 지원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 SSG닷컴의 지분 30%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함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 외부 재무투자자(FI)들이 보유한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를 매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 검토가는 약 1조원 안팎이다.

SSG닷컴 지분을 인수할 후보자로 거론된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다. 인수후보자로 언급된 KB증권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어떤 협의가 진행 중인 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현재 신세계그룹은 은행 증권 구분 없이 다수의 금융사들과 접촉해 관련 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과 FI인 사모펀드와 맺은 계약을 살펴보면 SSG닷컴이 일정 수준 이상의 총거래액(GMV)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IPO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웃돈을 주고 지분 약 1조원을 되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과 FI 양측은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그룹 계열사인 SK어드밴스드의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 발행에 주관사를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SK어드밴스드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상환전환우선주)의 자금지원에도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 계열사인 한국투자 프라이빗 에쿼티(PE)는 이차전지 기업 SK온에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러한 자금 지원이 항상 호재라고 볼 순 없다. 증권사도 저가 매수 후 엑시트가 목적인 만큼 계약이 틀어질 경우 발생할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일례로 CJ CGV가 최대주주로 있는  CGI홀딩스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FI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FI는 올해 3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보유한 CGI홀딩스 지분 27.97% 매각에 나섰지만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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