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SK그룹은 최근 그룹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을 결의하며 그룹 리밸런싱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그룹 개편 과정에서 주주 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 사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내 적자 계열사 개편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SK그룹의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11번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SK이노·SK E&S 합병, 주주간 이해관계 상충 우려↑
1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지난달 17일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비율은 1 대 1.19로 정해졌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신주를 발행해, SK E&S 1주에 1.19주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두 계열사의 합병 배경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 완화 ▲알짜 LNG 사업 간접양수 효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주사 SK 지배력 강화 등이 주원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알짜 민자 발전사인 SK E&S는 연간 약 1조2,000억~1조5,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 창출하는 만큼 양사 합병 이후에는 SK E&S가 SK온의 자금처가 돼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의 합병 승인되면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상승해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의 캐쉬플로우(현금흐름) 및 재무 안정성 강화와 더불어 향후 SK의 경영권 관련 잠재 리스크를 선제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 계열사의 합병으로 발생할 잡음은 불가피하다.
먼저 SK이노베이션 투자자들의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비율은 양사 기업가치에 근거해 1 대 1.19 수준으로 산출되었는데, 이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1 대 2 또는 1 대 1.5 수준과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합병 비율에서 저평가받는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SK E&S 합병으로 순자산가치는 19조원에서 23조원으로 증가하지만 발행주식수가 58% 늘어나면서 주당 적정가치는 10~20% 낮아질 수 있다”며 “주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 E&S의 지분을 보유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풋옵션(RCPS 상환) 여부도 변수로 거론된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합병 전까지 모두 소멸하고, 동일한 조건의 RCPS를 합병법인이 이어받기로 논의 중이다.
SK는 지난달 17일 공시를 통해 “기존 SK E&S가 발행한 RCPS를 합병이 완료되기 전까지 유상감자, 상환, 기타 여러 방안으로 발행주식에서 소멸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SK E&S는 지난 3021년 11월, 2023년 1월에 두차례에 걸쳐 RCPS 총 534만4,293주 발행해 3조1,3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각 발행조건하에서 KKR의 전환가액은 29만4,000원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에서 산출된 피합병회사(SK E&S)의 기업가치는 13만3,947원으로 전환가액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이에 대해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 및 합병비율은 RCPS 소멸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합병기일 전 KKR의 전환권 또는 상환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합병과 관련 KKR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SK 측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서건기 SK E&S 최고재무책임자(CFO)sms “기존 발행 취지와 같이 KRR과 투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스퀘어, 11번가 매각 '난항'
SSK스퀘어 개편도 과제로 남아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매출 2조2,765억원, 영업손실 2조3,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를 비롯해 자회사 및 관계사들의 평가손실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스퀘어의 타법인출자 현황에서 약 4,685억3,400만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11번가에 대한 투자손실(평가손익 기준)은 2,154억1800만원으로 전체 손실에 약 50%를 차지했다.
11번가는 SK스퀘어가 인수한 시기(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21년 694억원, 2022년 1,515억원, 2023년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결국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에 대해 투자자와 약속한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매각을 진행 중이다.
SK스퀘어는 지난달 3일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그룹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사장이 내정되면서 비주력 ICT 부문이자 ’애물단지‘에 가까운 11번가 매각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1번가 매각은 순탄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일부 상위 사업자 위주로 쏠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후발주자'인 11번가로서는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티몬, 위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로 쿠팡과 네이버 등 상위 사업자들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쿠팡이 24.5%, 네이버가 23.3%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지마켓·옥션·SSG닷컴을 합친 시장점유율은 10.1%이며 11번가 7%, 카카오 5%, 롯데온 4.9% 순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요인은 성장이 아닌 생존과 차별화로 바뀌었다. 이런 움직임은 상위 사업자들로의 시장 재편을 더욱 가속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쿠팡과 네이버로의 이커머스 업계 쏠림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티몬 사태는 이커머스 업종의 반사이익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위메프·티몬 정산금 지연으로 네이버나 11번가가 반사이익을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 딜(M&A, 투자)가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에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11번가 매각의 주도권은 FI(재무적 투자자)가 있고, 당사는 최대한 FI의 진행대로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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