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영국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탈이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을 1% 이상 확보하면서 향후 이들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혹자는 소버린 사태 ‘데자뷔’(기시감)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재 팰러서 캐피탈이 SK스퀘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지분도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1% 지분 확보만으로 기업을 흔들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 일례로 국내 토종 사모펀드 얼라인 파트너스는 1% 지분만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이사회를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팰리서 캐피탈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점도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SK스퀘어가 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저평가됐다면서 주가 밸류업을 위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해 10대 주주에 포함됐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비롯해 11번가, SK플래닛, 티맵모빌리티 등을 보유한 SK그룹의 중간 지주사다.
팰리서 캐피탈 측은 SK스퀘어에 ▲이사회에 자산관리 경험이 많은 사람을 더 늘리고 ▲회사 실적에 따른 임원 급여 연동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가(시가총액) 제고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스퀘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3배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팰리서 캐피탈의 SK스퀘어 지분 확보에 대해 “투자 주체가 행동주의 펀드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팰리서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대표 제임스 스미스는 과거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한국 투자 담당 책임자이기도 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 3세계 국가들에게 ‘투기자본’으로 악명이 높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2000년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12년 승소해 무려 16억 달러(1조8,342억원)를 상환받았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자사운용업계 관계자는 “팰리서 캐피탈이 행동주의 펀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 우호적인 투자로 보이긴 어렵다”며 “SK스퀘어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약한 고리를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2000년대 초 사모펀드 소버린이 SK텔레콤을 흔든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투자지분 1%로는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전략으로 나설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여러 리스크를 분석한 뒤 주주들의 등에 업고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에스엠 지분 1.1%를 보유한 뒤 다각적으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을 압박했다. 그 결과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에스엠 감사인 선임에 성공했다. 이후 얼라인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에스엠 이사회는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한 프로듀싱 체제 'SM 3.0' 시대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됐다.
반론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SK스퀘어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에스엠과 달리 SK스퀘어는 지배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편취를 했다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스엠과 달리 SK스퀘어는 그룹총수나 지배주주가 이익을 편취한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존 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동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도 “(헤지펀드는 투자차익이 1순위인 만큼) 기존 포트폴리오 밸류업, 신규 투자 비핵심자산의 유동화,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자사는 팰리서 캐피털과 현재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자사와 헤지펀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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