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해 본 분들이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의미로서 사용된다. 즉 국내 상장기업 주식 가치가 해외와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는 분단체제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실제 후진적 지배구조 체제, 제도적 기반 미비, 과도한 법류적 규제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증시는 해외 주식시장과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SR타임스는 국내 주식시장에 병폐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양증권 전경. ⓒ 한양증권
▲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양증권 전경. ⓒ 한양증권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 간 인수합병 이슈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해 왔다. 국내 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를 외면해 온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 기업 오너가 지분 다수를 타 기업에 넘길 때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 지배주주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곤 한다. 

◆ 지배주주에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소액주주는 울상 

최근 사모펀드 KCGI의 한양증권 인수,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을 계기로 ‘경영권 프리미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기업의 지배권을 획득하기 위해 주식 가격을 초과해 지불하는 추가 금액을 의미한다.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지배주주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현재 거래되는 가격 대비 높게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는 지분을 매도하는 피인수자(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 주주의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다.

최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논란이 된 사례는 사모펀드 KCGI의 한양증권 인수다. 앞서 한양증권은 지난 8월 2일 최대주주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KCGI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지분은 총 376만6,973주(29.6%)다. 

문제는 매각 가격이 현재 거래금액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한양증권이 공시로 발표한 매각 가격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전체 금액은 2,448억원이다. 하지만 이달 18일 종가기준 한양증권의 주가는 1만2,520원이다. 매각 금액이 현재 거래되는 주가 보다 3배 이상 높다. 이에  한양증권 노조는 “한양증권 지분 가치가 600억원에 불과한데 모두 2,449억원을 매매 대금으로 제시했다”며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30% 정도 반영됨에도 불구하고 3~4배 이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매각을 보면 파킹 딜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샘 창업주의 지분 매각도 경영권 프리미엄의 사례 중 하나다. 창업주인 조창걸 전 한샘 회장은 2021년 7월 한샘 매각에 나서 본인(15.45%)과 특수관계인 7명 등의 지분 27.7%를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했다. 주당 인수가는 약 22만1,000원이다. 이는 한샘 주가(계약일 기준, 11만6,500원)에 약 2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샘 주가는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크게 하락했다. 현재 한샘의 주가(18일 종가기준)는 5만900원으로 인수 당시 주가(22만1,000원) 대비 76.96% 하락했다.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이익의 독점을 줄이기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기존 50%가 아닌 100%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M&A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때 일정 비율 이상의 매수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는 지배주주의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때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적용한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지 않은 시가 100%를 적용하고 있다.  

◆ 계열사 간 합병 시 주주가치 훼손 여전…“시가 아닌 공정가 합병해야”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 혹은 승계를 목적으로 한 계열사 간 합병도 논란거리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이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주식비율 1대 0.35로 합병을 결정했다. 당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비교해 자산, 매출, 영업이익 모두 약 2~3배 이상 컸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합병 반대론자들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동원그룹도 지난 2022년 추진한 계열사 합병으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동원그룹은 계열사 동원산업과 비상장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했다. 합병 비율은 1 대 3.8385530로 결정했다. 동원그룹의 이 같은 결정에 소액주주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김남정 회장과 우호세력의 지분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원산업의 가치를 저평가시켰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을 기존 1대3.8385530에서 1대2.7023475로 변경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의 규제로 인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주가가 순자산가치에 현저히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의해 산정됐다는 이유로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해외의 경우 두 기업의 합병을 추진할 경우 시가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산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가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어느 한쪽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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