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해 본 분들이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의미로서 사용된다. 즉 국내 상장기업 주식 가치가 해외와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는 분단체제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실제 후진적 지배구조 체제, 제도적 기반 미비, 과도한 법류적 규제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증시는 해외 주식시장과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SR타임스는 국내 주식시장에 병폐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밸류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코스피)는 반등은커녕 오히려 위축된 상태다.  ⓒ 픽사베이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밸류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코스피)는 반등은커녕 오히려 위축된 상태다. ⓒ 픽사베이

◆ 박스피 오명 국내증시, 후진적 지배구조 원인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밸류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코스피)는 반등은커녕 오히려 위축된 상태다. 이달 17일 종가기준 코스피는 2,609.30으로 연초 대비 2.27% 하락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월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상장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투자자의 평가 및 적극적 투자 유도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국내 증시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오름세가 꺾였다. 

코스피 지수는 동아시아 타국 시장과 비교해도 저평가됐다. 일본의 니케이 지수, 베트남 지수(VN 30)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간 각각 167.77%, 113.35% 성장한 데 반해, 코스피는 37.28% 오르는데 그쳤다.

경제 성장(GDP 기준)과 비교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할인된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총생산(GDP)이 7배 성장했으나 코스피 지수는 성장률은 3배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 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그 중에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 구조는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기업 혹은 오너와 임원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들이 ▲지배주주(오너 일가)를 위한 물적 분할 및 모기업과 자회사 중복상장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저조한 주주환원율 ▲과도한 상속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상장 기업은 소액주주 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왔다. 기업의 최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감안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의 물적 분할이다. 물적 분할은 상장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고, 기존 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이다. 지난 2021년 초 LG화학의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가 물적 분할을 거친 뒤 상장을 하면서 기존 LG화학 주주로부터 원성을 샀다. 모회사 핵심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 분할된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이달 17일 종가기준 LG화학의 주가는 33만1,500원으로 물적분할을 발표한 시기(2020년 9월 17일) 주가(64만5,000원) 대비 48.60% 하락했다.

모기업의 자회사 상장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에 따르면 전체 동시상장 모회사의 자회사 상장 이전 기업가치 평균은 1.59였으나 자회사 상장 이후에는 1.07로 하락했다. 남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을 비롯해 모자기업의 동시상장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은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드문 사례다. 미국과 같은 선진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나 소액주주 집단소송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 버크셔해서웨이, 알파벳(구글) 등은 수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을 물적분할해서 상장시키지 않는다.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구글, 유튜브, 자율주행업체 웨이모 등의 자회사를 모두 비상장기업으로 남겨두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력 자회사인 재보험회사 가이코,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 BHE(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도 비상장 기업이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과도한 내부거래(부당지원) 및 배당도 주주환원에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삼표산업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아들(정대현) 회사인 에스피네이처로부터 합리적 이유없이 장기간 고가에 구입해 아들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삼표그룹의 이 같은 내부거래의 목적에 대해 ‘경영권 승계기반 마련’인 것으로 파악했다. 하이트진로그룹 또한 오너일가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의 최대 지분을 가진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재를 받았고, 재판 끝에 법원으로부터 유죄확정(집행유예 2년)를 받았다. 

저조한 주주환원도 상장기업의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 동안 한국의 평균 주주 환원율은 29%에 불과했다. 주주 환원율이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주 환원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욱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받는 중국시장 조차 주주환원율은 32%다. 미국의 경우 92%, 나머지 선진국들은 68%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기형적 지배구조는 높은 상속세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올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춘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OECD 평균(27%) 대비 10%p 이상 높다. 높은 상속·증여세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같은 꼼수가 벌어지는 것도 바로 우회적인 상속을 위한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높은 상속세(증여세) 부담으로 인해 일부 지배주주들은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것은 범법행위이기에 자본시장법 테두리 내에서 움직이지만 공시, IR을 통해 악재를 공개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기획재정부에 '2024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18개국 상속세 최고세율 27.1%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더욱 낮추고 과세 방식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KCGI 강성부 대표도 자신의 저서 ‘좋은기업 나쁜주식, 이상한 대주주’에서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과세를 감안한다면 최고 60%에 이른다”며 “다른 상속 재산이 없어 상속 받는 지분을 물납한다는 가정하에 창업주 자녀의 손에 들어오는 지분은 40%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과 소유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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