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해 본 분들이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의미로서 사용된다. 즉 국내 상장기업 주식 가치가 해외와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는 분단체제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실제 후진적 지배구조 체제, 제도적 기반 미비, 과도한 법류적 규제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증시는 해외 주식시장과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SR타임스는 국내 주식시장에 병폐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정부가 올해 초 저평가된 증시 반등을 위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했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도입 시기 지주사와 금융주 등 일제히 반짝 반등했으나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지수 상승은 기대에 못미쳤다. 이달 22일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3.71% 하락했다.
이는 본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법안 도입(상법개정안)이 미뤄지고 있고, 증시 반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법안 도입’과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상법개정안 도입 필요성을 두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으나, 금투세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상법개정안 도입 필요성 갑론을박…정치권 후퇴조항 넣어
상법개정안 도입은 그동안 정치권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왔던 내용이다. 현재 상법안(382조 3항)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동안 지배주주 이익에 매몰돼 소액주주들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1년 9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당시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신세계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공시가 발표되자 광주신세계 주가는 15%까지 급락했다. 정 부회장이 지분 가치에 약 20%(40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2,300억원을 거머쥔 것과는 반대로 소액주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이밖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한샘과 한양증권 지분 인수 당시 거래가격에 2배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 제공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 물적분할 등도 주주가치 훼손의 사례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하고 있고, 이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에 주주가치 제고는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며 “상법 282조3항에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라는 조항을 ‘주주를 위해서 일한다’라는 내용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치권은 올해 초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개정안’ 도입을 논하고 있으나 재계의 거센 반발 탓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대 국회부터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상법 개정안의 절충안을 냈다. 현행 상법의 핵심 조항인 ‘이사진의 회사 이해관계 충실의무’에 더해 ‘노력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내용과 비교해 후퇴한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신설된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허울뿐인 이사의 주주이익보호 ‘노력의무’ 조항 대신 ‘이사회는 재벌총수 일가나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조항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논평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규정인 제382조의3에 별도 항을 추가하는 안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계약서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법적 의무는 없다’는 의미인 것을 모두 안다”며 “법적 구속력도, 판단 기준도 없는 ‘노력할 의무’를 법률 전문가인 법무부가 제안하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가 조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현재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악법”이라고도 지적했다.
◆ 금투세 도입 논란 시끌…야당도 ‘전전긍긍’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 도입은 여전히 정치권과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금투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부터다. 2022년 6월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고 발표를 하고 그해 12월에 금투세 도입 유예를 2025년까지 2년 하는 것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됐으나 다시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 중 연간 기준 5,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를 과세하는 제도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지방세 포함 27.5%)가 매겨진다. 현재 비과세인 ‘대주주가 아닌 사람의 양도차익’도 과세 대상이 되는 게 핵심이다.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시기를 유예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 도입과 폐지와 관련해 시장과 정치권의 입장은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금투세 도입 찬성하는 이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 차원 ▲ 재정 건전성과 세수 확보 ▲해외 선진국도 금투세와 비슷한 조세 도입 ▲금투세를 도입하더라도 주가 폭락 가능성 낮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투세 폐지론자들은 금투세 도입시 ▲저평가된 국내 증시 하락세 우려 ▲금투세 도입 이후 주가 폭락한 대만 사례 ▲큰손 투자 뿐만 아니라 증시 전반 불안으로 소액주주 손실 불가피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실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상당수가 자산가치(장부금액) 대비 매우 저평가됐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저평가 기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들이 코스피 전체의 67%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 중 7곳 정도는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실물경제로 전이됐던 2009년 이후 최대치다.
대만의 경우 금투세와 유사한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고, 여론이 안 좋자 결국 폐지해 버렸다. 또한 금투세가 도입되면 영향을 받는 것은 1% 주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안그래도 저평가된 주식시장에 매력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해외주식(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금투세 도입 배경에는 사모펀드 절세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금투세 폐지 논란이 이어진 과정에서 한 투자자가 민주당에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중 사모펀드 가입내역을 공개하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투세 시행으로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사모펀드 가입자 경우 최대 49.5% 세율이 20%로 절세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혹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금투세를 시행하는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결국 금투세 도입이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 주장하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폐지 혹은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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