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일주일 만, ‘20조’ 급증

미 주식, 코인 향한 자금 이탈↑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일주일 만에 20조원 이상 급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식·가상자산으로 이동하던 시중자금이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잃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하는 요구불예금은 통상 금리가 연 1% 미만인 보통예금 등으로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선 수신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며 ‘쥐꼬리’ 이자에 실망한 투자수요가 미국 등 해외자산으로 이탈할 가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예수금 확보가 어려울수록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9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2조8,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592조6,669억원)보다 20조 이상 늘어난 액수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말 623조3,173억원에서 2개월 새 30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11월 말엔 올 들어 처음 600조원 아래로 떨어져 ‘머니 무브’ 본격화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요구불예금이 순식간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은행을 떠나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향했던 자금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향후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국내 증시나 이를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 주식 등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뒤 국내 정세가 급속도로 불안정해지며 국내 증시는 연일 하락폭을 나타냈다. 6일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가 장중 24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반면 미국 주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3.92% 오르는 동안 나스닥지수는 6.91% 상승했다. 비상계엄령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는 이 같은 디커플링(탈 동조화) 현상이 더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리인하기에 접어들 경우 뭉칫돈이 투자처를 찾아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른바 ‘수익률 쇼핑’(Rate Shopping) 현상인데, 은행들로서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요구불예금이 증가하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고, 미국 주식이나 코인 등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권 입장에선 당분간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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