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두 번은 없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그와 함께 하는 임원진이 혹여 ‘노욕(老慾)’에 찌들어 자리 욕심만 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깰 기회는 이번뿐이다. 강 회장은 자신의 선거를 위해 끌어들였던 사람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골몰할 게 아니라 조직의 안녕을 위해 일하는 충성스런 직원들의 복지도 이제 신경을 쓸 때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창피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NH농협 노조는 지난 13일 회장 등 고위 임직원의 비위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해 내부제보 포상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비위행위자의 직급과 비위의 종류, 제보 자료의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 2,000만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농협중앙회 독단의 성과급 감축과 승진인원 30%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해당 노조는 농협중앙회와 NH농협은행, NH손해보험, NH생명보험, 농협경제지주, 하나로유통, NH금융지주 직원들로 구성됐다.
표면상으로는 노조의 과잉 흥분상태를 지적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면은 강호동 회장의 독단적 ‘내 사람 챙기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퇴직한 지 수년이 지난 직원을 선거 당시 자신을 도왔다고 계열사 임원급으로 인사를 내는 발상이 온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강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와 같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선거에서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고 발언한 대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강 회장은 올해 치러진 회장선거에 자신을 도왔던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 대표, 농업경제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계열사 대표와 임원으로 꽂았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기존 임원들과 본부장들에게도 일괄 사직서를 받거나 자리를 뺏고 그 자리에 측근들을 앉혔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아니 사실 범죄에 가까운 행위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을 근거로 해서 치러진다. 법 규정상 후보자 본인 스스로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 선거캠프 구성 자체도 위법한 사안으로 비쳐질 수 있다. 나아가 특정한 직무를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후일을 약속했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이 올해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전·현직 농협 직원들이 펀딩(funding)을 통해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말은 공공연히 알려진 풍문(風聞)이다.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선거 운동기간 강 회장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왔다. 그 후 참 공교롭게도 김 회장은 농협대 석좌교수직을 수행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자에게 특정업자(의료기기 판매업)의 제보도 있었다. 현직 농협중앙회 임원이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 발 물러나서 보면, 자승자박(自繩自縛)일 수도 있다. 불순한 세력들이 ‘호가호위’하면서 청렴결백한 강 회장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당선되도록 강 회장을 도왔다는 전제에서 보면, ‘입막음용’으로 자리를 챙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 회장은 얼마나 속앓이를 하고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래서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고 하는 것 같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건 틀림없는 진리다.
어찌됐던,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아야 한다. 농협중앙회장 자리는 인사권도 없는 그냥 명예직이다. 왜 상왕 노릇을 하면서 명시되지 않은 권한행사를 하려고 하나.
재난이든 사고든 수습은 사람이 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한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는 뜻이다. 촌부(村夫)에게 맞지 않은 회장이라는 옷을 입게 해준 탓일까. 농협을 대표하는 수장치고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세상에 어느 기업 노조가 최고경영자와 그 밑의 임직원의 비리를 제보하면 포상금을 주겠다고 공표하는가. 적당히 염치가 있어야 한다. 농협을 대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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