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내부통제’였다. 연간 기준으로 금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부통제 미비로 인해 대형 금융사고로 얼룩진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전직 금융지주사 회장이 연루된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부터 수백억원의 배임‧횡령 사건에 따라 세간의 부정적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물갈이 인사도 이뤄졌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고른 성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예금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이익 추구 방식에 시장과 금융당국이 보낸 냉랭한 시선에 둘러 쌓인 한 해를 보냈다.
1금융권인 은행권에선 내부통제 미비로 대형 금융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는 물론 횡령 배임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2금융권에선 보험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러 보험사 매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물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으로 난항을 겪었다.
연말 들어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차원의 대외 신인도 추락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와 맞물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이 3거래일 만에 11조원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1년 동안 추진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밸류다운 된 것이다.

◆ 5대 금융, ‘역대급’ 실적…‘이자 장사’ 눈초리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조5,80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5조6,560억원보다 5.9%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인 4조3,95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수치다. 다음으로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3조9,856억원을 시현했다.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3조2,254억원,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2조6,59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농협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2조3,151억원을 기록해 KB금융과 함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 5대 금융, 고른 질적 성장
5대 금융의 실적을 놓고 보면 고른 질적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5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7조6,1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KB금융이 9조5,22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금융 8조4,927억원, 우리금융 6조6,150억원, 하나금융 6조5,774억원, 농협금융 6조4,083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비이자이익도 괄목할 성적을 나타냈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3조8,4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났다. 하나금융도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난 1조8,05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누적 비이자이익이 53.1%나 증가해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농협금융도 같은 기간 11.7% 늘어나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호조를 나타냈다. 다만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9,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 금융권, 대형 금융사고 악재…“내부통제 미흡”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되면서 세간의 지탄을 받았다.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이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에 이어 지난 6월에는 김해지점에서 17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 KB국민은행의 금융사고는 3건이다. 금융사고 규모는 총 147억원으로, 업무상 배임 2건이 각각 41억, 92억원, 사기는 14억원이다.
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 사건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만 약 430억원 규모다. 지난 2월 109억원의 불법 대출, 5월 51억원의 공문서 위조 대출과 10억원의 초과 대출, 8월 117억원의 부당대출 적발, 10월엔 140억원 규모의 제 3자에 의한 부동산담보 대출 사고와 신입 행원이 70대 고객 돈 2억5,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 2금융권, M&A 수년째 ‘표류’
올해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서 매물(잠재매물 포함)로 나온 금융회사는 총 12개사다. 매물은 보험사가 가장 많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보험, ABL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개사다.
카드사 중에선 롯데카드가 시장에 나왔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거론된다. 일부의 경우 원매자를 찾는 데까지 성공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진행 중이고, 우리금융지주도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금융권 매물의 경우 실적과 건전성 대비 가격이 비싸 빈번히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상반기 말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에서 손을 뗀 것도 가격 때문이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매각 희망가로 2조원에서 3조원 대를 제시했다.

◆ 비상계엄 선포에 금융지주사 시총 ‘11조’ 증발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이 3거래일 만에 11조원 이상 증발했다. 45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셀 코리아’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투자 관망을 위해 넣어뒀던 증시 대기성 자금까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거래융자를 합한 증시 주변 자금은 지난 5일 기준 총 152조9,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155조2,799억원)보다 2조3,364억원 줄어든 액수다. 대기성 자금 종류별로 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일 52조4,692억원을 기록했다. 비상계엄선포 직후 49조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CMA 잔액은 같은 날 84조1,606억원을 기록했다. 85조~86조원대를 기록하던 최근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양상도 잦아들었다.
◆ 환율, 불안정 지속 ‘쇼크’ 수준
12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50원 넘게 상승하며 15년 만에 1,450원도 넘어섰다. 국내 정치 불안과 경제 체력 약화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원화 값이 곤두박질 친 것이다.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한도를 증액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끝내 환율이 1,450원대에 도달하면서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고환율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물가 상승,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연말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부상했다.

◆ 금융지주, 은행장 등 CEO 대폭 물갈이…“인적 쇄신”
5대 금융지주는 이번에 강도 높은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KB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CEO 6명 중 4명을 새 인물로 채웠다. 신한은 13곳 중 9곳, 하나는 12곳 중 7곳이 새 CEO를 맞는다. 우리은행은 임기 만료 7명을 모두 교체했다. NH농협금융에선 임기가 남은 농협손해보험과 NH저축은행 대표도 바꿨다.
대표적으로 이환주 KB국민은행 행장 후보(현 KB라이프 대표)는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스타타워 지점장을 거쳐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등을 지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현 하나카드 사장)는 1981년 한일은행 대구지점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하나은행 무역센터·삼성센터 지점장, 강남서초 영업본부장, 중앙 영업그룹장, 영남 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에 이르기까지 약 40년간 영업 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는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 후보(현 NH농협캐피탈 부사장)는 농협은행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을 지냈다.
한편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년 임기를 보장받는 연임에 성공해 이목을 끌었다. 정 행장의 연임은 타 은행과 대비되는 견조한 실적과 사법리스크에 휩쓸리지 않는 내부통제 관리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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