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같은 수조원대 '빅딜'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업영역의 확대와 산업의 선두주자로 가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SR타임스는 주요 대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LG전자, 전장 사업 성과… 항공기 스마트객실 사업 아직 적자 

LG생활건강, M&A 에이본은 실적 부진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한 뒤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배터리, 로봇 분야 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아도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과감한 도전을 한 것이다. 관련 업종 부문은 최근 실적이 턴어라운드(흑자전환) 되면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계열사마다 M&A 성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LG화학의 최대 빅딜인 바이오기업 인수는 성공적이라 평가받지만 LG생활건강이 미국 진출을 위해 투자한 ‘더 에이본 컴퍼니’(에이본)은 자본잠식 상태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 LG
▲LG그룹 구광모 회장 ⓒ LG

◆구광모 회장 5년 '결실'…전장사업 투자 주효

11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5년간 가장 공들인 사업은 전장이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VC)사업본부를 설립한 이후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회사 ZKW 인수 ▲2021년 자동차부품 업체 마그나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합작사 설립 ▲같은 해 10월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선도기업인 사이벨럼(Cybellum)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ZKW의 인수금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LG그룹으로서는 최대 빅딜이었다. 이는 미래가치를 담보로 한 투자였다는 평가다.

성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ZKW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지난해 각각 1,150억1800만원, 522억4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벨럼은 아직 적자(153억9,400만원 순손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사이벨럼에 대한 LG전자의 투자손실(지분법 손실)은 430억4,400만원이다.

전장 사업의 수주잔고는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장 사업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해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부품은 전기차 수요 둔화,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중단 소식 이후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나 LG전자의 외형을 다시 성장으로 이끌 사업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오는 2025년 LG전자의 전장 비중이 전사 매출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장사업 규모는 이미 스마트폰 부품시장을 추월했다.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글로벌 전장 부품 시장 규모가 1,810억달러(245조740억원)로 스마트폰 부품 시장 규모 1,780억달러(241조120억원)을 추월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 사업을 확장을 위해 약 10년 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며 “장기간 투자 끝에 2019년 이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둔화로 인해 전장 사업이 주춤해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것과 별개로 수주사업인 전장 사업은 적어도 한 건당 8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현재 전기차 수요에 직격탄을 받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의 항공기 스마트객실 사업 투자는 아직 ‘계륵’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해당 사업은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 후 발빠르게 진출한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10일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의 항공기 유지보수 자회사인 ‘루프트한자 테크닉’과 합작회사 설립을 공식화했고, 이듬해 설립을 마무리했다. LG전자와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2019년 항공기 기내 승객용 솔루션 사업(LG-LHT Passenger Solutions GmbH)과 항공기 기내 시스템 사업(LG-LHT Aircraft Solutions GmbH)을 위한 합작법인 2개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기내 승객용 솔루션 사업’과 ‘항공기 기내 시스템 사업’은 지난해 각각 317억8,500만원, 302억1,3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의 '캐시카우'였던 가전사업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모든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는 모바일 기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모바일이 없는 플랫폼은 외롭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부 연결기기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며 “신규 모바일 기기에 대한 타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LG는 AI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및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이종 산업분야와의 협업 또한 늘려 AI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7월 ‘EXAONE 2.0’을 선보이며 국내 생성형 AI 분야를 선도하는 LG의 AI 기술을 선보였다.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 및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실제 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화학·생활건강 대규모 M&A…흑자전환 관건   

LG그룹의 계열사의 인수합병(M&A) 성적은 아직 물음표다.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전장(차량용 조명회사 ZKW), 로봇(로보스타), 화장품(더 에이본)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했다. 다만 계열사마다 성과는 제각각이다.

LG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관련 투자도 적극 진행 중이다 .LG가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세포치료제와 같은 미래의 혁신 신약을 개발해 암을 정복하고 인류의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신약 개발 과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부터 해마다 성장해 온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LG화학은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여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2023년 미국 바이오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아베오)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제약사 M&A 가운데 역사상 3번째 큰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사업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특히 항암 분야는 글로벌 시장 가운데 미국이 가장 비중이 큰 만큼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베오는 지난 2002년 설립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아베오가 흑자전환(영업이익)으로 돌아서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4년 LG화학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베오는 지난해 180억7,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다른 계열사 LG생활건강의 해외 M&A 실적은 '낙제점'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 1,450억원에 인수한 에이본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 '에이본‘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493억9,8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순손실은 404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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