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같은 수조원대 '빅딜'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업영역의 확대와 산업의 선두주자로 가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SR타임스는 주요 대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산 넘어 산'…모셔널은 ‘계륵’ 우려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공들인 신성장 사업이 손실이 커지면서 그룹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말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자율주행 개발 합작법인(모셔널) 등이 이러한 사업 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두 기업의 투자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신성장 사업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지만 여러 위험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상장 가능성 불투명 ▲글로벌 기업과 경쟁 ▲막대한 투자비용 리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율주행 사업 투자도 수많은 위험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저조한 성과 ▲사고 시 발생하는 리스크 논란 등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모셔널 적자 확대…리스크 부담↑

4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신성장 사업(로봇·자율주행·항공)을 위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지분 80% 주고 인수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같은 해 미국 자율주행기업인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을 통해 로보택시 등을 상용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현대차가 1조2,678억원, 기아가 6,969억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원을 출자해 총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두 기업은 이후 수익을 내기는 커녕 손실만 늘어났다. 2024년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말 513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48억원) 대비 적자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 영업수익(매출)은 2년 연속 제로(0)다. 합작법인 모셔널도 지난해 8,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7,51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두 기업을 출자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손실(지분법 손실)도 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차는 지난해 모셔널과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각각 2,013억원, 247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냈다. 

신성장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미래성장을 위한 포석이기 하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투자는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모셔널이 적자 폭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 또한 부담이 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오는 2025년 6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2025년 6월까지 상장시키지 못하면 소프트뱅크그룹의 잔여 지분을 매입해 주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익 실현을 하지 못하면 상장 문턱은 높아진다. 상장이 무산되면 잔여 지분도 추가적으로 매입해야 하고, 정의선 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발목이 잡히게 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위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60%, 정의선 회장 개인이 20% 지분을 매입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2억2,000만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개인 사재를 투입했다. 정 회장이 최대 지분(11.72%)을 쥐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연기된 만큼 보스턴다이내믹스 IPO(기업공개)는 그룹 차원에서 사활이 걸린 과제다. 

모셔널도 ‘계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공동출자차 앱티브가 모셔널 유상증자에 참여에 거부했고, 보유 중인 지분도 일부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케빈 클라크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모셔널이 기술 및 상용화 측면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앱티브는) 투자 범위를 핵심사업 분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미래성장 사업 방향성 '긍정'…수익·경쟁력 ‘물음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대 고민은 상용화 및 수익성 확보다. 앞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 2020년 현대차그룹으로 옮기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매각을 결정한 기업들은 기대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구글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매각한 전례를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테슬라는 올해 2월 테슬라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첫 공개된 옵티머스 2세대는 섬세한 손동작으로 달걀을 옮기는 동작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엔비디아, 인텔 등 경쟁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에 투자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능형 로봇’ 개발을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구글은 제조업 기반이 적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현대차그룹은 구글, 소프트뱅크에 비해 제조, 물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도가 앞선 두 업체 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MIT 김상배 교수는 네이버 랩스 유튜브 채널에서 “로봇이 백플립(뒤로 공중제비)을 하는 것은 인간 관점에서 대단한 것이지만 실제로 안정적으로 로봇이 걷는 것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사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 기술 개발 비용이 치솟자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애플은 10년간 13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사업을 시도했으나 최근 프로젝트를 사실상 포기했다. 딜리버리 기업 우버도 한때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했으나 현재 사업 본부 자체를 매각했다. 완성차업체 포드와 폭스바겐도 지난해 자율주행 스타트업(아르고AI) 사업을 접었다. 테슬라는 현재 시장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FSD를 제공하고 있으나 현재 베타 버전(제한된 사용자 그룹이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판)’에 불과하다.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항상 제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주행제어기술부문 부문장은 “자율주행 레벨 3상용화 사례는 모두 고속도로에 국한된 사례”라며 “도심 자율주행 레벨 3단계를 선도하거나 외친 완성차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도 아직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신기술 사업을 위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보다는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라며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노하우와 신기술을 내재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 사업도) 아직 여러 가지 규제 등이 남아있기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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