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MBK·영풍 “최 회장, 주주간 분쟁 지속시키려 집중투표제 악용”

고려아연, 소액주주·시민단체가 시장서 ‘집중투표제’ 도입 찬성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지난 23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집중투표제를 포함해 이사 총수를 19인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달 열릴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결의한 가운데 MBK 파트너스와 영풍이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26일 비판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함에 있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씩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주로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이뤄지는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의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 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소수주주라고 볼 수 없는 최 회장이 의결권 기준 지분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MBK 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고려아연과 같은 대규모 회사의 집중투표제에 대한 정관 개정의 경우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 등을 선임할 때와 같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3%룰’이 적용돼 특수관계인 지분이 나눠져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경원문화재단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주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의 이번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상법상 3%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더 나아가 이는 상법상 문제가 있는 주주제안을 이용하는 것으로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최 회장의 개인 이익을 위한 제도 남용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일반 주주들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간 분쟁이 속히 해결돼 회사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주주간 분쟁이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고려아연 현 이사회는 최 회장 전횡을 막을 거버넌스 개선 방향은 외면한 채 또 한번 최 회장의 자리 보전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소수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 시행에 따른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돼야 한다”며 “최 회장 측의 주주제안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와 가치는 무시한 채 오로지 최 회장만을 위한 안건임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 파트너스와 영풍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춰 소수주주 보호장치를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도입하면 안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가 높은 지분율을 가진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고 소수주주 연합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내세울 수 있어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액주주단체와 시장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고려아연은 역설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이 추진중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3월 열린 KT&G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자신들이 지지하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도 적은 지분율로 기업 이사회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은 물론이고 연기금과 기관, 소액주주 단체 등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역시 선임이 가능해 이사회 다양성이 강화된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고려아연은 이를 현행 이사회와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기득권을 상당수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이 MBK·영풍의 주주 제안과 동일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주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상법 제542조 7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제안은 총회일로부터 6주전까지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는 회사에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주총회의 목적 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 상법상 적법하다고 고려아연 측은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안이 가결됨을 전제로 상법상 6주전에 주주제안 안건이 상장된 사례로 지난달 있었던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예로 들고 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는 이사수 상한 10인 중 9명의 이사가 선임된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바 있다. 

2021년 3월 한진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됐고 2018년 11월 삼부토건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유사한 안건 상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회사와 주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진심”이라며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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