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사옥 전경. ⓒ 효성그룹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사옥 전경. ⓒ 효성그룹

실적 부진 등 영향인듯…효성 지주사 인적 분할에 대한 주주 주가하락 우려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지난 2월 발표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수혜로 대부분의 대기업 지주회사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년간 주가가 횡보해왔던 CJ, 한화 등의 지주사의 주가가 최근 급등세로 돌아섰다. 반면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효성의 주가는 정부 정책의 수혜에서 벗어난 상태다.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지분법 손실, 인적 분할에 따른 지주사 분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주사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1월 2일 종가 기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CJ(19.06%) GS(22.69%), LG(5.31%), 롯데지주(9.49%), 한화(13.55%) 주가는 연초 대비 오름세를 기록했다. 

금융지주 주가도 크게 올랐다. KB금융지주(35.45%), 신한지주(38.21%), 우리금융지주(32.37%), 하나금융지주(49.39%) 주가도 30% 넘게 상승했다. 

그동안 지주사들은 꾸준하게 이익이 성장했음에도 저평가를 받는다는 지적을 제기돼 왔다. 

LG, 롯데, 한화와 같은 지주사 뿐만 아니라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 미만이다. 이는 자산가치(기업의 장부가액) 대비 시가총액이 못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부진하던 지주사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 ▲상장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투자자의 평가 및 적극적 투자 유도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증권업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주사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 1배 미만이면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대기업, 금융, 통신 등)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지주사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효성은 정부의 정책 발표에도 주가 흐름은 여전히 하락세다. 19일 종가 기준 효성의 주가는 5만7,300원으로 연초 대비 8.17% 하락했다. 

효성의 주가가 부진한 까닭은 자회사 실적 부진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효성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효성의 주요 자회사들의 이익 감소가 지분법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가운데 화학 계열 자회사 효성화학의 손실을 컸다. 효성화학에 대한 지난해 4분기 지분법 손실은 385억원으로 전년동기(-246억원)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지주사 인적 분할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이 통과시켰다. 

존속 법인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이 아닌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 분할 방식을 택했다. 기존 지주사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그대로 대표를 맡고, 신설 지주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총괄하게 된다. 

주주들은 인적 분할에 대한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도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분할 자체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은 크다.

실제 지난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는 여지없이 하락했다.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는 인적분할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OCI는 지난해 11월23일 인적분할을 공시한 이후 하락한 주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과 효성신설지주의 지분을 변함없이 보유하고,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보유 지분율 역시 변함이 없다”며 “분할은 각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과 효성화학에 대한 증자 참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나 주가에는 다소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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