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서울시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중국 저가 공세에 환경 규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

롯데케미칼 이어 금호석화도 中 합작사 지분 전량 매각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중국으로 진출한 국내 석유화학사가 부진한 업황에 더해 환경 규제라는 벽에 부딪히며 잇달아 중국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중국 내 기초소재 생산법인을 모두 매각한 데 이어 최근 들어 금호석유화학도 중국 기업과 현지에서 설립한 SB라텍스 합작공장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18일 금호석유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월 지분 50%를 보유한 중국 일조금호금마화학유한공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산둥성 르짜오시에 공장을 둔 일조금호금마화학은 제지용 코팅 원료와 카펫, 아스팔트 개질제, 타이어코드 제조 등에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SB)-라텍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지 기업인 르짜오진마그룹과 50대 50 지분으로 총 4,000만달러를 투자해 2009년 공장을 준공했다. 르짜오진마그룹 측 지분 역시 이번에 매각됐다.

석유화학사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 등으로 수난을 맞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매각을 진행한 것 또한 중국 저가 공세에 더해 내년부터 석유화학 업종까지 확대 적용될 환경 규제로 인해 사업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2021년부터 발전 업종에 대한 탄소 배출의 총량을 정해 그 이상의 배출에 제약을 두는 탄소 배출 거래제를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석유화학 등 8개 업종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에서 석유화학사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도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지난해 중국 기초소재 생산법인을 잇달아 정리했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섬유의 원료인 에틸렌옥시드를 생산하던 중국 합작법인 롯데삼강케미칼을 매각했다. 이어 중국 자싱시에 있는 롯데케미칼자싱의 지분도 현지 협력사에 전량 매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사는 중국 기업들이 쉽게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는 고부가 스페셜티(첨단) 소재에 집중할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 또한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친환경 소재와 이차전지용 스페셜티를 강화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14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 연구개발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575억원, 2022년 590억원, 2023년에는 630억원으로 증액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연구개발비 만큼은 아끼지 않은 셈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환경 규제로 인해 전략적 판단 하에 매각을 진행했다”며 “국내 여수 공장을 중심으로 제품 생산하며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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