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숫자 8을 옆으로 돌리면, 무한대 기호(∞)가 됩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돌고 있습니다.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하는 제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송영조 금정농협 조합장에게서 듣게 된 말이다. 숫자 ‘8’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농협이 처한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자못 비장했다.

송 조합장으로서는 농협의 수장(首長)이 바뀌는 과정의 혼란상(混亂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생생한 경험과 아픔, 스스로 축척한 성과를 자양분 삼아 새 농협을 위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싶었던 듯하다.

농협이 각종 비리와 비위 사실로 지저분한 조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때다.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송 조합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철저히 경계했다. 하지만 숫자 8을 제시하면서 농협이 변화해야 한다는 열변(熱辯)에 거부감이 크진 않았다.

어렵게 말할 필요도 없다. 농협의 수장은 해야 할 일이 많다. 단순하게 보면 농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금융지원과 선진농업기술 도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선봉장 역할을 하면 된다. 이러한 일들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외풍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스킨십’(skinship)은 필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따로 있다. 농협의 신뢰 회복이다.

언급하기 싫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난 2020년부터 작년 6월까지 성희롱, 직장내괴롭힘(갑질), 횡령, 부적절한 직원 채용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지역 단위농협 조합장은 총 66명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539억원에 달한다. 이 중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22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협은 한 덩어리가 여러 개로 쪼개진 기형적 형태를 나타낸다. 농민이 출자해 만든 지역 단위농협이 중앙회를 만들고, 그 조직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라는 명분으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쪼갰다.

비대한 조직을 잘게 잘랐기에 비리나 혹은 비위에 대응할 자정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농협의 신뢰 회복부터 농민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변화의 새바람을 불게 할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송 조합장이 제시한 숫자 8처럼 끊임없이 이어진 간절한 마음과 의지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일념통천(一念通天)과 심상사성(心想事成)이 떠오른다. 한결같은 마음과 간절한 정성을 담으면, 뜻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농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농협중앙회 회장직은 오롯이 농민을 위하고 농협의 신뢰 회복에 간절함을 가진 사람이 적임자다. 

송 조합장을 추켜세우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의 경영철학이 묘하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도시농협의 조합장이기에 농민의 현실적 아픔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숫자 8을 제시하며 내놓은 그의 경영철학에서 적어도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가능하다. 농민들이 원하는 농협중앙회 회장의 표상(表象)은 별다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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