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조천에서 낚시하던 일행 중 한 명이 밤 사이 반딧불이를 보았다며  출현장소를 가르키고 있다.  ⓒ서중권 기자
▲지난 2일 조천에서 낚시하던 일행 중 한 명이 밤 사이 반딧불이를 보았다며  출현장소를 가르키고 있다.  ⓒ서중권 기자

-최근 낚시꾼 일행 조천서 발견…“밤 시간대 반딧불이 활동 목격”

-도심에선 금강과 어우러진 황홀경 ‘운무’…비단강프로젝트 ‘기대’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개똥벌레),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의 수채화를 떠올린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사자성어도 낯설지 않다.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가 세종시 조천(鳥川)에 출현했다. 반딧불이는 그동안 조천에서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여서 이 또한 낭보다. 기자가 최근 반딧불이가 출현했다는 낚시꾼들의 제보에 취재에 나선 것은 지난 1일 오후.

조치원읍 서창역 뒤편 조천의 어느 한 구간 낚시 포인트를 찾아 주변을 살폈다. 잦은 비로 조천 수량은 풍부해 보였다. 날은 어둡고, 달빛은 수줍은 아이처럼 구름 사이로 살짝 숨어 내 눈가에 내렸다. 가을바람이 차가운 듯 느낀 그 순간.

‘반짝반짝’ 동요에 나오는 작은 별처럼, 어디선가 나타난 ‘반짝’이는 내 앞에서 허공을 가르며 날았다. 밤 7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다. 이어 또 다른 반딧불이가 목격됐다.

이튿날 아침, 그 장소에 들러 밤낚시를 한 낚시꾼 일행에게 반딧불이의 출현을 물었다. 청주에서 왔다는 A 씨는 “어제 밤사이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같이 온 일행 역시 반딧불이를 보았다”며 “수질 등 주변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천은 세종시 달전리에서 발원 금강으로 유입된다. 조천은 그동안 버들치와 조개, 모래무지 등 1∼2급수에서 서식하는 생명체가 사라졌거나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까지 살았던 각시붕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2014년 금강권 전역에서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출연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 사례가 있었다. 앞서 대청호에서 지난 1994년 8월 ‘민물해파리’가 국내 최초로 출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당시 학계는 생태계의 놀라운 영역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수중 생태계 등 환경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살아 다슬기와 이슬 등을 먹고 산다.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것은 환경이 좋다는 증거물이다. 최근 출현한 조천 반딧불이를 볼 때, 수중 생태계가 회복되고 건강을 되찾는 등 좋은 징조라는 것이다.

▲2일 오전 세종시 이응교(금강보행교) 주변, 도심속 금강과 어우러진 풍광, 푸른  창공에 펼쳐진 변화무쌍한 운무가 황홀경이다.ⓒ이정식 작가
▲2일 오전 세종시 이응교(금강보행교) 주변, 도심속 금강과 어우러진 풍광, 푸른  창공에 펼쳐진 변화무쌍한 운무가 황홀경이다.ⓒ이정식 작가

2일 아침 세종 신도시(행복도시)의 대기권도 청량한 하늘을 보였다. 이응다리(금강보행교) 주변은 금강과 어우러진 대자연의 향연이 펼쳐졌다. 다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밀집한 아파트 중앙에는 파란 창공이 열려있고, 창공을 수놓은 운무(雲霧)는 장관을 보였다. 하늘 높이 치솟는 듯한 운무의 자태에 탄성이 터졌다.

‘행정수도 세종’ 대장정의 서사시(敍事詩)를 써내려 온 지 15년여, 세종역사 속에 이처럼 멋진 풍경을 실감한 날이 있었던가?

그동안 세종 지역은 온통 공사현장 등 건설도시의 특성상 미세먼지와 분진, 황사현상 등 온갖 공해를 참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사진 한 컷의 이 장면은 시민들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최민호 시장은 지난 1일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을 인용해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가을은 자연의 계절이기보다는 영혼의 계절임을 나는 알았다’ ‘가을은 변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그리고 “늘 좋은 변화를 기대하며 행복한 9월 되시길 기원한다”는 덕담이다.

최 시장은 세종시 미래전략의 핵심사업으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구상을 내놨다. ‘한강의 기적’을 ‘금강의 기적’으로 만들겠다는 정책공약이다. 천혜의 자원인 금강을 살려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경제를 살찌우는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가칭)  '비단강 금강살리기운동본부' 일행이 지난달 31일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을  탐사하는 등 공식적인 발족에 나섰다. ⓒ이정식 작가
▲(가칭)  '비단강 금강살리기운동본부' 일행이 지난달 31일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을  탐사하는 등 공식적인 발족에 나섰다. ⓒ이정식 작가

이 같은 정책과 맞물려 (가칭) ‘비단강 금강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달 31일부터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면 ‘뜬봉샘’을 시작으로 공주보까지 탐사에 나섰다. 학계와 언론, 사회단체, 시민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이들은 곧 공식적인 구성원을 발족, 본격 활동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세종이 명실공히 행정수도니 만큼 수도에 걸맞은 세계적 랜드마크를 만들어 위상을 높이는 등 삶의 질을 바꿔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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