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5년 이후 지속되었던 한일우호협력관계 종식 기로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과 관련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3일 평가했다. 그런데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정부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가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온라인 댓글을 보면 한국도 일본에 대한 보복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비분강개파들도 적지 않다.

일본 여행 가지 말고, 일본 자동차 사지 말고, 일본 의류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는 내용들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런 주장을 하면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일본으로부터 더 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자고 한다. 그동안 목청을 높이던 그 많은 시민단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제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현실파들도 있다. 일본이 한국기업에 소재나 설비의 공급을 중단하면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이 문을 닫게될뿐만 아니라 골목길 도로공사조차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3일 반도체 소재부품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국산화 전략이다. 당장 두 달이면 부품이 떨어져서 공장이 문을 닫는데 어느 세월에 개발을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간다. 기초과학분야에 속하는 소재 산업은 개발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무하면 언제 저만큼 앞서 있는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언론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일본 기업들에게도 손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서도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많을 때 한 해 1,500억 달러 수준인 반면 일본 기업들의 관련 소재 판매액은 1백억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이 훨씬 더 큰 손해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너무나도 엄청난 사태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민이나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잉일보에 따르면 일본은 그동안 100가지 이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이번에 반도체 생산 물질 3가지에 대한 공급 규제는 100가지 이상의 보복조치 가운데 첫번째 조치일뿐이다.

정부는 기업체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하면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를 “왜 이제야 알았느냐”고 타박했다고 한다. 기가 찰 따름이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일본 정부가 치밀하게 하는 일을 알 수도 없겠거니와, 설사 알아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더라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있는데 기업들이 감히 뭘 하라는거요?”하는 힐난이나 들었을 것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한국은 일본의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대 한국인들의 자부심인 현대차나 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모두 일본의 기술지원이 없었다면 성취할 수 없던 일들이었다. 지금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무역관계자들은 일본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말한다.

반일론자들은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현지처, 기생관광, 종속 등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김대중 정권 시절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 조치 이후 한일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위안부에 이어 강제징용 등의 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한일관계는 이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보복 조치는 한국에 한일관계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갈지를 묻는 것같다. 한국이 보복으로 대응한다면 일본은 준비된 1백가지 보복 조치로 응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1965년 이후 지속되었던 한일우호협력관계는 완전히 종식된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일본과의 우호관계가 필요하다면 경제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무엇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가를 깊이 생각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경제와 과거사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교의 주체는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이다.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다. 결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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