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는 지배구조 이슈, 실적 부진, 유동성 리스크 등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그룹 회장은 오너 리스크로 현재 사법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리밸런싱과 이혼소송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재계가 휘둘릴 만큼 커져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개정안 논의도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올해 재계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경영 '암초'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1심에서 관련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올해 8월 열린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향후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8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이 결정한 제재(과징금 80억원)는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 초 이재용 회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던 판결과 상충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난 8월 행정법원의 판결은 이재용 회장의 불법승계 관련 의혹 1심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입장도 강경하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기업의 기업 총수가 지리한 법적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만큼 회사는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리밸런싱 SK그룹, 체질 개선 '박차'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추진한 그룹 리밸런싱(사업 개편)을 통해 재무 부담을 해소하는 등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말 최창원 수펙스 의장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 계열사 정리,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을 골자로 한 그룹 리밸런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과는 있었다. SK그룹이 전체 계열사 숫자는 지난해 말(219개) 대비 10% 가량 줄어들었고, 임원 규모도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재무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SK그룹은 자산 매각을 통해 전체 차입금 규모가 84조원에서 70조원(올해 3분기 기준)으로 축소됐다.
올해 SK그룹이 추진하는 리밸런싱의 가장 큰 핵심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 출범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의 유동성 확보, 전반적인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또한 리밸런싱에 맞춰 임원 수도 축소됐다. SK그룹은 지난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내년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신규 선임 임원은 총 75명으로 지난해 82명 보다 줄었다. 2023년(145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그룹 지배구조 흔들
올해 SK그룹의 가장 큰 이슈로는 계열사 리밸런싱과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 본인의 이혼소송이 꼽힌다. 지난 5월 30일 열린 서울고법 가사2부에서 재판부는 원고(최태원 회장)가 피고(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약 1조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국내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법원은 SK그룹 성장에 노선영 관장의 기여도가 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경 노태우로부터 원고(최태원) 부친에 상당 자금(비자금)이 유입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가진 주식 자체를 분할하는 것이 아닌,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산분할 규모가 1조원이 웃도는 만큼 자금 마련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최태원 회장 개인 현금이 부족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SK 주식 매도가 불가피하다.
다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2심 판결에 대해 여전히 논쟁이 크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단이 뒤집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와 법조계의 판단을 종합해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비자금이 당시 사돈 관계였던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전달됐는가가 핵심이다. 2심 법원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당시 선경그룹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 측근들은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최근 노태우 씨 최측근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사자와 관계가 전혀 없는 어음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재판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돈을 줬다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300억원)이 개인재산으로 인정되느냐 여부도 논란거리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 1일 헌법소원을 내고 “노태우 일가가 이제 와서 비자금을 되찾으려 하고 이를 인정해준 최근 재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 주주가치 훼손 논란…두산그룹 계열사 합병 도마
올해 두산그룹은 금융감독원, 국회, 일반 주주들에게 뭇매를 맡는 한해를 보냈다.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치 못한 큰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분할 두산로보틱스에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재편 방안을 추진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개편을 추진했으나 합병 비율을 놓고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또한 금융감독원도 두산그룹 계열사 분할·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요구를 했다.
이후 두산은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에 두는 방안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의 이 같은 방안을 승인하면서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두산그룹의 분할 합병은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분할 합병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사업재편안을 전면 중단하고 추가 논의를 통해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계 6위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설로 곤혹
재계 서열 6위 롯데그룹은 연말을 맞아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이 재무 상태 악화로 과거 대우그룹처럼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학·유통 부문 사업이 부진하면서 이 같은 설에 힘이 실렸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누적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9월 말 기준 차입금은 10조9,5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며, "'유동성 위기설' 지라시 작성 및 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
롯데 측은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 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도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특약 사항 조정과 관련해 은행보증을 통한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다. 롯데는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대해 그룹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 존재감 커진 사모펀드 공습에 재계 ‘흔들
사모펀드(PEF)가 이제는 대기업 경영을 쥐고 흔들만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PEF는 지난 몇 년 간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관전용 PEF의 출자 약정액은 136조4,000억원으로 2017년(62조6,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PEF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최근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골자로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PEF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최근 SK그룹 리밸런싱에서 주요 투자자로 주목을 받았다. KKR은 SK그룹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주요 주주로서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켰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SK E&S가 KKR과 맺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장수익률은 종전보다 최대 2.4%포인트(p)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동아시아 최대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고려아연과 영풍 간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의 백기사 역할을 하면서 고려아연과의 지분 싸움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주주 중심인 국내 상장기업의 구조적 한계, 높은 상속세, 상법개정안 없이는 주주가치 환원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주가 상승을 도모해 차익 실현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후 글로벌 탑티어 성장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4년 만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 3위로 성장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해외에서 ‘가성비 좋지만 저렴한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정 회장의 취임 이후 기술과 상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실적도 꾸준히 우상향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완성차 판매 1~3위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은 매출 208조981억원, 영업이익 21조3,681억원으로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3위 폭스바겐그룹의 1∼3분기 누적 매출 2,372억7,900만 유로(약 356조원), 영업이익 129억700만 유로(약 19조4,000억원)로, 영업이익에서 현대차그룹에 약 2조원이나 뒤쳐졌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3곳 폐쇄와 수만명의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지난해 4위권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 시장에서 약 66만대를 판매했다. 10월엔 7만 1,80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고급화 브랜드 전략도 통했다. 정 회장이 부회장이 시절 주도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수입차 강세인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벤츠 등 독일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기업 브랜드 가치도 올랐다. 인터브랜드 2024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230억달러(약 31조1,190억원), 기아는 81억달러(약 10조9,500억원)를 기록했다. 양사 합계액은 311억달러(약 42조원)로, 2020년 201억달러 대비 4년 만에 54% 이상 늘었다.
◆위기의 카카오그룹, 김범수 사법 리스크 일파만파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보석 석방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그룹에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그룹의 위기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으나 오히려 이 같은 선택은 그룹 지배구조를 흔드는 역린으로 작용했다. 카카오의 최대주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에스엠 인수와 관련해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앞서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확장과 카카오엔터 상장을 위해 에스엠을 인수했다. 당시 카카오는 에스엠 인수를 놓고 국내 최대 엔터사 하이브와 공개매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하이브 측이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주식 매입과 관련해 비정상적 거래가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에스엠 시세조종과 관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실시했다. 하이브가 금융당국에 진정을 낸 지 1년 5개월만이다. 현재 김 위원장이 에스엠 인수를 위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검찰 조사가 사실로 결정될 경우 이는 카카오그룹을 흔들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와 관련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을 처벌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적격성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만약 심사에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되면 금융 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때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라는 금융당국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어지고 6개월 안에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 재계 상속권 분쟁…LG그룹, 한미약품그룹 등 오너가 갈등 지속
LG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상속 문제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고, 아직 재판 결론은 나지 않았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 네 명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하고, 어머니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LG그룹 원로들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LG그룹 전 고위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가신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께서 작금의 이 지경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라며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임직원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드'를 오너일가 돈싸움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쩌면 (세모녀) 가족들은 처음서부터 양자인 구광모 대표는 LG그룹 회장이 되거나, 최대 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 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진행형이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 당시 장·차남인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이사 측에 섰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양정밀은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게다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법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세다. 한미사이언스 경영진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지난달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3인 연합을 형사 고발하면서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했다.
양측의 갈등은 이달 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이번 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회장을 한미약품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내놨다.
다만 변수는 기관투자자와 개인주주들의 입장이다. 현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는 최근 송영숙 연합을 지지하는 의견을 냈다.
◆ 상법개정안 도입 논의…재계 반발
22대 국회 개원 후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상법 개정안 도입을 검토한 것에 대해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법개정안 도입은 그동안 정치권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왔던 내용이다. 현재 상법안(382조 3항)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재계는 상법개정안 도입 시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행동주의 펀드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굴지의 경제인 단체가 상법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분할 자회사의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등 기업의 지배구조 조정 과정에서 이사의 행위가 회사에는 영향이 없지만, 일반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상법개장안’ 도입에 대해 해외 자본시장은 이미 적용돼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 이슈 관련 “회사법 영역에서는 지배주주 이외 소액주주 등 제3자 보호가 미흡하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이 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권 위축, 배임죄 처벌 등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되지 않았거나 오너 리스크가 표면화된 기업일수록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물산 ▲한진칼 ▲DL그룹 ▲BYC ▲DB하이텍 ▲태광산업 등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다만 지배주주나 오너일가에 부과되는 막대한 상속세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0%가 넘는 상속·증여세율은 재벌가에게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강화되면서 오너 일가들의 이익을 위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나 비상장 자회사를 활용한 자금 편취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결국 상장기업 오너들의 돌파구는 대출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주가가 쌀 경우가 아니라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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