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주 활황에도…삼성전자 주가 32%↓
리더십 부재…수장 이재용 메시지 실종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국내 주식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수년 간 횡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TSMC, 국내 경쟁사 SK하이닉스 등이 인공지능(A) 모멘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으나 삼성전자는 고점 회복은 커녕 2020년 코로나19 당시 주가로 회귀했다.
실적도 고전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인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이는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전자가 이룬 비약적 성장과 크게 비교된다. 최근 위기설이 나온 것도 반도체 부문의 성장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을 두고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비관론이 나온 것은 모멘텀 부재와 수장의 메시지 실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 반도체주 날아가는데…‘위기론 대두’ 삼성전자 주가 지지부진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의 주가(종가기준)는 5만3,400원으로 1년 전 주가(7만9,600원) 대비 32.91%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이 AI 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엔비디아, TSMC 모두 오픈AI의 챗GPT의 수혜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해 전 고점을 돌파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도 20.22%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부진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고,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10조원 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증권업계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기대치는 10조4,047억원이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76조6,000억원, 영업이익을 7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3.2%, 17.7% 감소한 규모이며,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8조9,000억원을 하회하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2024년 4분기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4조5,000억원과 7조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본다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지난 2018년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3조7,714억원, 58조8,867억원에 달한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원 후반대였다.
현재 시장은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시장은 한 자릿수 성장, 낸드플래시 시장은 한 자릿수 역성장을 예상한다”며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3조3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락에 대한 압력은 제한적이지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모멘텀 또한 제한적”이라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수요 회복이 확인되거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리더십 부재 도마 위…“선대회장 같은 결단 필요”
삼성전자의 위기설에는 수장의 리더십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관련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지난해 8월 열린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향후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8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이 결정한 제재(과징금 80억원)는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 초 이재용 회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던 판결과 상충된다.
이 같은 법적 부담은 리더십 부재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메시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전 의원은 삼성전자 위기에 대해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그는 모 언론사와 유튜브에서 “이재용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삼성전자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쌓아온 역사(성과)가 있으니 자신감 있게 (비전을) 얘기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의 선대 오너들은 위기 때마다 파격적인 선언을 통해 회사 경영을 재정비해왔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도쿄선언,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무 중심의 사업 경영도 혁신에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경영진 핵심은 숫자에 치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경영과 R&D가 맞물려야 하는데 오히려 불협화음이 생겼고, 내부에서 이러한 상황에 불만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주변 최고 경영진의 판단 오류가 누적되며 지금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각 부문 대표이사들이 신년사를 발표했으나 정작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해 11월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 녹록치 않다."며 위기론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글로벌 최상위 기업이었던 인텔의 위상 하락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모바일 칩 시대 이후 변화된 시장을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내놓은 GPU 칩 성장,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자체 반도체 개발은 인텔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우위에 안주하면서 투자를 게을리 한 것도 인텔에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원가 절감을 위해 2010년부터 연구개발(R&D)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엔지니어 기반의 기술기업이 재무 관리에 매몰된 결과다. 특히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밥 스완 CEO는 2017년 당시 2018년 당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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