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재계 주요 그룹의 인사 개편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 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 픽사베이
▲올해 국내 재계 주요 그룹의 인사 개편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 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 픽사베이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올해 국내 재계 주요 그룹의 인사 개편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 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임원 승진을 축소하고 오너일가의 책임 경영도 강화했다. 이 같은 인사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의 쇄신을 약속하고도 인사 개편에 과감하지 못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오너 3~4세들을 경영 전반에 등판시킨 것은 이르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왼쪽),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부회장 ⓒ 삼성전자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왼쪽),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부회장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사장단 대폭 물갈이…정현호 부회장 유임 ‘눈총’

삼성전자가 부회장단을 유임하면서도 사장단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세대교체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햇다.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 10명 등 총 137명이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개편을 통해 기존 한종희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반도체 수장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2인 체제로 구성했다.

이번 인사에 눈길을 끄는 것은 연령 보다는 성과 위주의 인사 개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개편에서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다만 올해 삼성전자반도체(DS부문) 임원 승진자 수는 최근 8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영업이익 10조7,717억원) 대비 약 15% 하회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추정 실적은 5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6조4,500억원) 대비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부진으로 메모리사업부는 사업부장이 경질되고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바뀌었다. 파운드리사업부도 수장이 교체됐다.

반면 삼성전자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정현호 부회장은 연말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유임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임원 인사를 두고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고, 삼성 내 정현호 부회장의 영향력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정현호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지원 TF’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계열사 간 업무 조정을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임시 성격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이 삼성 핵심 인사로 영향력이 커진 것은 내부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경영진 핵심은 숫자에 치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 경영과 R&D가 맞물려야 하는데 오히려 불협화음이 생겼고, 내부에서 이러한 상황에 불만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현호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의 실세”라고 말했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왼쪽), 담서원 오리온 상무, 허서홍 GS리테일 사장, 구형모 LX MDI 부사장 ⓒ 각사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왼쪽), 담서원 오리온 상무, 허서홍 GS리테일 사장, 구형모 LX MDI 부사장 ⓒ 각사

◆ 오너일가 3~4세 임원 급부상…업계 시각차 뚜렷

연말 인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오너일가 3~4세들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 오너 3~4세들은 입사 후 초고속 승진하면서 회사의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 2023년 롯데지주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또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리온 3세인 담서원 상무는 오리온 입사 후 1년 5개월 만에 경영관리담당 상무 자리로 2022년 말 승진했다. 이후 그는 올해부터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오너2세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으로 1989년생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7년생인 구 사장은 2014년 LG전자에 입사했다가 2021년 LX그룹 출범하면서 함께 합류했다.  

GS그룹 4세인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부사장)은 지난 27일 임원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4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오너 3~4세들의 고속 승진을 두고 업계 시각은 각양각색이다. 재계 관계자 A씨는 “현재 그룹 회장인 창업주 혹은 오너 2세들이 고령의 나이라는 점도 반영됐고, 승계 구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 일가들이 기업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임원직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오너 3~4세들이 전면에 나서서 속도감있게 책임 경영을 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경영 능력이 검증안된 상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 오너들은 소비 트렌드나 감각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며 “소비 취향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새로운 산업지형 변화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젊은 오너들의 역할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