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재무 안정화에 방점을 두면서도 AI, 모빌리티 등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AI, 자율주행 등 신수종 사업은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투자 부담이 큰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이에 SR타임스는 주요 대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SK그룹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고강도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이어간다. 그룹은 비핵심 사업 정리를 가속화하며 인공지능(AI) 중심의 신사업 투자 여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현재 SK그룹은 대대적인 리빌딩으로 계열사 규모도 축소됐고, 차입금도 줄어든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SK온 등 일부 계열사들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 ‘리밸런싱’ SK그룹 몸집 줄이기 성과…AI 투자 확대한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리밸런싱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주사 SK의 지난해 상반기 말 매각 예정자산은 약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약 1조3,000억원) 대비 반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SK렌터카 매각을 완료했고 SK스페셜티의 매각 절차를 마무리 했다. 앞서 그룹의 지주사 SK는 지난해 12월 23일 SK스페셜티 지분 85%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지분 가치는 약 2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스페셜티 매각 거래는 SK그룹의 재무안정성 제고 및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위한 주춧돌적 이벤트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SK스페셜티가 현금 창출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제조업의 밸류체인상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본 거래는 향후 SK그룹의 다른 계열회사나 자산 매각 시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부채 비중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순차입금은 76조2,000억원으로 1분기(85조5,000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이어 SK그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핵심 사업 매각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SK그룹은 최근에는 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그룹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그룹 리밸런싱의 핵심이었던 자산 100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과 SK E&S 와 합병 작업도 마무리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했다. SK그룹 측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가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산업 투자는 여전히 적극적이다. SK그룹은 그룹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도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 AI·반도체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미래 성장 투자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할 예정이다.

◆ 계열사 부담은 여전히 진행형

극복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SK그룹의 ‘아픈손가락’ SK온의 흑자달성과 재무안정화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한 이후 누적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SK온의 적자 누적 영향으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 23조396억원에서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아직 전기차 캐즘(정체)가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SK온의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2기 리스크로 인한 세제혜택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023년 킬로와트시(kWh)당 149달러(약 20만4100원)였던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이 2026년에는 82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미국 내 전기차 소유자 중 46%가 다음 구매 시 내연기관 차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소유자 2명 중 1명은 현재 미국 에너지부의 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이 너무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으며 연구 참가자 중 9%만이 그들의 지역에서 공공 충전 네트워크 확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도 과제다. SK온은 오는 2026년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만약 실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풋옵션(약속한 가격에 팔 권리) 행사할 수 있다. SK온은 한투PE 등 FI들에게 내부수익률(IRR) 기준 7.5%의 연 수익률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익률을 충족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스퀘어 개편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 가운데 SK스퀘어가 인수한 이커머스기업 11번가는 누적된 적자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SK스퀘어는 결국 2023년 말 11번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매각 가능성이 있는 FI를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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