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의 사옥 전경. ⓒ DL
▲DL그룹의 사옥 전경. ⓒ DL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DL그룹의 지주사 DL이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재계 20위권 지주사 가운데 공기업인 포스코홀딩스를 제외하고 지난 1년 간 주가는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 ▲2021년 인수한 미국 대형 화학사 Kraton(크레이튼)의 부진 ▲합작회사 여천NCC의 적자 ▲계열사 DL케미칼과 DL이앤씨의 실적 둔화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DL그룹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DL이앤씨는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이익 성장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실적 반등은 아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계 지주사(포스코홀딩스 제외) 가운데 DL그룹의 지주회사 DL의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DL의 주가(8일 종가기준)는 3만2,750원으로 1년 전 대비 33.43% 하락했다. 같은 지주사 두산, HD현대 주가가 각각 233.52%, 30.95%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DL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6,006억원, 4,593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1.61%, 204.77% 증가한 수치다. 실적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DL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DL의 주가 하락은 기대치(컨센서스)에 못미치는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DL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기존 컨센서스(767억원) 대비 크게 밑돌았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DL의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크레이튼의 적자전환”이라며 “계열사 크레이튼은 케미칼 부문과 폴리머 부문 모두 부진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02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DL케미칼 관계자는 “DL케미칼 인수한 크레이튼이 부진한 건 폴리머 부문의 비수기나 스프레드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이 영향을 받았다. 케미칼 부문이 부진한 건  바이오디젤 수요가 예전과 비교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계열사 실적 둔화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회사인 여천NCC가 지속된 적자로 재무상황이 흔들리고 있다.

여천NCC는 대림산업(현 DL케미칼)과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이 지난 1999년 공동 지분을 통해 출범한 합작회사다. 여천NCC는 설립 후 꾸준히 견조한 실적을 냈으나 석유화학업종이 불황으로 2022년부터 지금까지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다. 여천NCC는 2022년 3867억의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2023년 2,387억 ▲2024년 3분기 1,05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기자본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여천NCC의 자본총계는 약 7,467억원으로 2022년 말(약 1조1,148억원) 대비 3,681억원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여천NCC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억원으로 2022년 말(766억원) 대비 약 99.60% 감소했다.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여천NCC는 지난해 10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공동대표 주관사로 나선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해당 물량(약 960억원)을 떠안게 됐다. 

당분간 실적 및 재무건전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1년까지 주주사에 대한 배당 지급부담, NCC 2공장 증설로 인해 차입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이후로는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재무부담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업황을 감안하면 단시간 내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DL의 관계기업 DL이앤씨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DL은 DL이앤씨의 지분 23.15%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DL이앤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606억원, 2,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0.86%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7.44% 감소한 수치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수년 간 감소세다. DL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던 시기(2019년) 실적(영업이익·9,573억원) 대비 71.48% 줄어들었다. 

신규 수주도 목표 전망치(가이던스)에 밑돌았다. 조정현 IBK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지난해 DL이앤씨의 연간 신규수주는 연결기준 약 9조5,000억원으로, 가이던스 10조3,000억원 대비 약 92.2%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플랜트 부문의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중앙아시아 폴리머 프로젝트의 발주가 내년으로 이연된 영향이다. 또한, 지난해 연간 연결 착공세대는 약 1만2,000세대 추정되므로, 올해 별도 주택 매출은 전년 대비 6.1% 하락한 2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주가도 부진한 실적만큼 하락세다. DL이앤씨의 주가는 전날 8일 종가기준 3만2,350원으로 1년 전 대비 13.27% 하락했다. 

올해도 DL이앤씨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DL이앤씨 연결기준 매출은 8조원으로 전년대비 2.6% 감소, 영업이익은 3,422억원으로 20.4%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며 “주택 매출액이 전년 대비 9.5%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자회사 DL건설 매출액도 전년대비 3.5%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지난해 착공세대수의 부진 때문이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착공세대수가 8,000세대에 그쳐 올해 주택 매출액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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