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상장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6일 한국 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 보다 오너 일가 혹은 지배주주의 이익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대주주에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하면서 회사 내 직원과 일반 주주의 이익은 편취당하고 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비등기이사 등재로 오너의 책임경영 회피 ▲승계 위한 주가 누르기 등 다양한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SR타임스는 오너 중심의 주요 유통 대기업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남정 동원그룹 신임 회장 ⓒ 동원그룹
▲김남정 동원그룹 신임 회장 ⓒ 동원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동원그룹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합병 이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 2022년 11월 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승인했다. 중복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각 사업영역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동원산업은 합병을 통해 동원F&B(지분율 74.4%), 동원시스템즈(70.7%)를 포함해 18개의 자회사와 26개 손자회사, 3개 증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후 시너지는 아직 물음표다. 오히려 합병 이후 피인수(동원엔터프라이즈) 자회사의 실적 부진,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주가 하락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합병 후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것은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과 오너 일가(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합병 후 실적 부진…피인수 자회사 이익 감소 영향

동원산업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9,48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줄었다.

동원산업의 실적 부진은 합병 이후 편입된 자회사 일부가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으로 국내 종합식품 유통(동원F&B), 포장(동원시스템즈), 건설(동원건설산업) 사업이 자회사로 편입됐다.  

동원F&B는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29.5% 증가한 4조3,608억원, 1,667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는 주력품목인 참치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2023년 3분기 기준 82.5%)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포장재 사업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실적이 악화됐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 1조2,767억원, 영업이익은 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 12.0% 감소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여파가 수그러들면서 마스크 수요 감소, 미주 시장에서 알루미늄 수출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180억7,500만원의 순손실(적자)을 냈다.

◆주가 흐름 지지부진…자사주 전량 소각도 '논란'

동원산업은 합병 이후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현재 주가(28일 종가 기준)는 3만9,700원으로 합병(2021년 11월 1일) 전 주가(4만6,661원) 보다 14.9% 하락했다.  

동원산업은 기존 지주사와 달리 다른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직접 생산·판매활동 등의 사업을 경영하는 사업 지주사다. 그럼에도 동원산업의 주식은 기존의 지주사와 비교해 저평가됐다. 동원산업의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7로 은행지주인 KB금융(0.60)에 비해 낮다. PBR이 1 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주가(시가총액)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회사와 자회사 복수 상장도 주가 할인 요소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자회사로 편입된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모두 상장사다. 모회사와 자회사들의 복수 상장은 지주사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해외의 경우 지주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주사나 지배구조 상단의 모회사만 상장사로 두고 나머지 자회사는 비상장사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지주사인 알파벳은 상장사로, 자회사 구글과 유튜브, 딥마인드 등은 비상장사로 두고 있다. 

동원산업이 최근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 것도 '논란거리'다. 통상 자사주(매입 후)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대량 소각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올라가며 기업의 지배력이 커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최근 자기주식 보통주 1,046만770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1(22.5%) 수준이다. 소각 예정 금액은 발표 전날(올해 1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약 3290억원이다. 동원산업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발행주식 총수가 종전 4,648만2,665주에서 3,602만1,895주로 감소하게 된다. 

소각 기준일은 오는 5월 2일로 해당 사안이 마무리 되면 김남정 회장과 김재철 명예회장 오너 일가의 지분은 종전 68.16%에서 80% 수준으로 올라간다.

상장기업이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한번에 소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동원산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를 앞당겨 한 번에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원산업의 자사주 전량 소각 발표 이후 주가는 급등했다. 소각 발표일인 1월 16일 동원산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3만1,450원) 대비 25.76%(8,100원) 오른 3만9,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자사주 소각 발표일(1월 16일) 이후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이달 28일 종가 기준 동원산업의 주가는 3만9,700원으로 자사주 소각 발표일 주가(3만9,550원) 대비 0.37% 올랐다. 

이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원그룹은 자사주 전량 소각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라고 밝혔으나 투자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당시에도 투자자들로부터 반발을 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로 결정되자 투자자들은 김남정 회장과 우호세력의 지분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원산업의 가치를 저평가시켰다고 크게 반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을 기존 1대3.8385530에서 1대2.7023475로 변경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80% 수준이 되면 경영권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사실상 다른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오너 일가 지분률을 90% 올려 사실상 자진 상장폐지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산업 관계자는 “합병 당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약속했고, 지난해 8월에도 35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원래 5년 내 남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었다”며 “다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고자 이번에 전량 소각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진 상폐는 아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다. 만약 주식분산 기준(소액주주 지분 100만주)을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위기도 맞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스침대다. 이 회사는 안성호 대표를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9.6%에 달한다. 국내 상장사 평균 우호지분이 4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배에 육박한다. 이러한 지배구조로 인해 에이스침대는 지난 2022년 6월 24일 주식분산기준 미달을 사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