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서울시 아파트단지 전경. ⓒ픽사베이

국토교통부 주택법 개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 예고

정책 일관성 떨어진다 지적…"공공주택 사유화 열려"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하 토지임대부 주택)의 개인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가를 구성하는 토지비와 건축비 중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축비만 분양가에 산정하면서 기존 분양 아파트 대비 낮은 시세로 공급되는 주택이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토지를 사용하는 만큼 분양자들은 매월 토지임대료를 납부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은 수요가 늘어 해당 사업에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는 부지 위치에 따라 격차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개인간 거래를 금지했던 주택법을 개정한 시행령·시행규칙을 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법률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거주의무기간을 5년으로 두고 전매제한 기간은 10년 이내 범위에서 정한다. 전매제한은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분양권과 주택 당첨 이후 일정기간 매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로 토지임대부 주택은 5년 이후엔 전세를 두고 보유하다가 10년 뒤 매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매제한 기간 중 양도할 경우 공공에서 환매해 재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수분양자가 개인간 거래를 할 수 없고 매입비용(입주금+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 적용 이자)으로 공공환매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수분양자는 거주기간과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 거주의무기간이 경과한 후(5년 경과)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기 전(10년 미만)에는 입주금에 시세차익 70%를 더해 환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거래로 시세차익 기대가 가능해지는 만큼 분양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기관의 공급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부 정비사업 등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한 사업지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을 꺼릴 요소가 줄어든다는 평가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지나 택지개발이 가능한 사업지에서 공급하려면 토지임대부 주택을 사업 추진 구성원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인식과 거래가 불가한 복지 성격이 강한 주택이라는 인식을 가져 꺼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거래가 가능해진만큼 이같은 인식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는 토지임대부 사업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2014년부터 민간 건설사가 참여 가능해졌으나 도급공사만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LH·S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하고 있다. 

SH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되면 미분양의 우려가 적어지는 만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전매제한 기간 내인 10년 내에 환매할 경우에도 시세차익 70%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선 주택을 선택할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LH는 현재 신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하고 있진 않다. 기존 공급 단지에서 토지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동안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토지주인 공기관과 건물주간 분쟁 우려가 있는데다 그간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수요도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H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할 당시인 10여년 전 LH가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들이 있고 토지는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들 주택은 거래가 가능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의 시세 상승을 경험한 만큼 앞으로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에서도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브리즈힐'은 2012년 분양, 2014년 입주한 402가구 규모 단지다. 현재 토지분을 제외한 주택을 개인간 거래할 수 있다. 거래를 통한 시세차익은 분양자의 몫이다. 

이 단지는 최초 분양가가 전용면적 74㎡이 최고 1억9,610만원이었다. 84㎡은 최고 2억2,230만원이었다. 토지에 대한 보증금은 74㎡ 기준 5,400만원, 월 임대료 15만원이었으며 84㎡은 보증금 5,800만원에 월 임대료 16만5,000원을 납부했다.

현재 월 토지 임대료는 74㎡ 37만5,000원, 84㎡ 42만5,000원 수준이다. 이 단지는 주택 가격이 뛰어올랐던 2021년엔 84㎡이 15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74㎡ 호가는 10억원 대다. 74㎡, 84㎡ 전용 모두 2억원대 분양가에 현재 시세는 몇 배 뛴 것이다.  

분양자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겨 공공주택의 사익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기존 전매제한 기간이었던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며 사익으로 인한 공공성 저하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5년이라는 기간 동안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납부하는데다 민간 브랜드 단지 만큼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렵고 입지에 따라 납부하는 임대료와 보증금 차이가 있어 일부 사례와 같은 시세차익을 보기엔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자곡·마곡·고덕 등에 공급됐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입지가 좋은 만큼 토지 임대료나 보증금이 다른 단지에 비해 높은 데다 토지가 공공기관의 소유인 만큼 민간 아파트 만큼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같은 토지임대부 주택이더라도 입지에 따라 토지가격과 수요 등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부 단지의 시세차익으로 사업 전반을 바라보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할 당시 취지와 달리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진 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시장경제에 일부 맡기는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인데 당초 공공이익을 개인이 갖지 못하도록 환수하겠다던 취지가 뒤집혔다"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토지임대료를 납부하거나 차익을 공유해야하는 패널티가 있지만 일반 청약이나 기존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해 초기 목돈이 적게 드는데다 서울 단지는 입지와 인프라를 민간 단지와 동일하게 누릴 수 있어 수요는 충분하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이 나왔을 당시에는 정책성으로 토지임대료가 저렴했겠지만 현재는 땅값이 많이 올랐고 그만큼 토지 보증금과 임대료도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현재 공급기관이 택지 공급이 가능한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공급과 사회 안전망 기능 작용을 목표한다면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바람직 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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