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중공업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8조원에 육박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오는 27일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연다. 이번 심의에서 최고 수준 제재가 내려지면 HD현대중공업은 5년간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군사기밀을 8회 이상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2025년까지 1.8점의 감점 ‘페널티’를 결정했다.

방사청은 지난해에도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 제재를 검토했지만 당시 HD현대중공업 측이 판결문 열람금지를 신청하면서 심의가 지연됐다. 판결문을 입수한 방사청은 이번에는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KDDX 프로젝트는 7조8,000억원을 투입해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이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선체부터 다기능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무장까지 국내기술로 건조된다. 올해 말부터 선도함 설계가 추진될 전망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게 이번 심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약 13년간 이어져 온 사업에서 양사간의 신경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이 개최한 ‘해양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최근 한화오션의 잠수함 설계 대만 유출 사고와 관련해 방사청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유출된 도면은 옛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도면이 아니기에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유출 사고로 인한 방사청 제재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이 입찰에서 배제될 경우 단독 입찰을 따내게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난해 한화그룹에 피인수되면서 그룹사 방산 밸류체인을 갖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KDDX의 전투체계 및 다기능 레이더 사업을 한화시스템이 맡았다보니 한화오션이 입찰을 따낼 경우 건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역구 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20일 이채익 의원(국민의힘, 울산 남구갑)과 권명호 의원(국민의힘, 울산 동구)은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함정 건조는 HD현대중공업과 경쟁업체(한화오션) 두 곳에서 양분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들이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제한을 반대했다.

이와 반대로 서일준 의원(국민의힘, 거제)은 “국가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하는 엄중한 사안인 만큼 방사청의 엄격한 심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의 유죄를 단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2일 보안사고 감점 폭이 과도하다는 HD현대중공업의 민원을 기각했다. 권익위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시 3년간 감점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의 페널티가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충민원 신청은 불합리한 보안사고 감점제도에 관한 건으로, HD현대중공업이 절박감으로 취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조치였기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에도 불합리한 보안사고 감점제도로 인해 발생할 독과점 문제와 함정 분야 경쟁력 약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찰 제한 전망과 관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관계자 모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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