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고객 입장에서 사회적 흐름을 읽는 것이 사고 예방의 출발점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일 ‘고객중심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내놓은 메시지다. 동의한다. 고객을 중심에 둔 가치 판단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문자 그대로 보면 ‘정도경영(正道經營)’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자고 독려하는 듯하다. 거대담론(巨大談論)이다.

사실 진 회장은 수년전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변화를 촉구한 적이 있다.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것. 어찌 보면, 공허한 외침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정직함을 우선시 하면서 인내해야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정도라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장사치라는 단어의 뜻을 분명 알고 있다. 장사치는 비즈니스에 능하다. 자신이 가진 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을 유혹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오롯이 이익만을 쫒기 때문에 긍정의 의미는 없다. 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을 유혹했지만 그 마음을 훔치지 못했고, 직원들을 착취해 종래엔 홀로 남겨진 사람을 의미한다.

금융 산업에서 말하는 영업활동은 대부분 낙성계약(諾成契約)으로 이뤄진다. 이미 만들어진 금융상품을 두고 금융사 직원의 권유에 의해 고객이 동의 의사를 표시하면, 계약이 체결되는 구조다. 전문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경우 전적으로 금융사 직원의 말 한마디에 피(?)같은 돈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 혹은 원인 중 하나다. 진 회장은 이런 부분에서 이익 보다 정도를 걷는 금융사로 거듭나자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신한금융의 올해는 바쁘다. 지난해 3분기 신한금융의 실적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과제들을 소환했다. 순이익이 감소해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밀렸고, 한편으론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하나금융그룹이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2위권 자리마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하기에도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모두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단순히 숫자로 평가되는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다. 간단히 말해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숫자는 자연스레 상승세를 나타낸다.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것. 장사치가 아닌 철학을 갖고 있는 한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밝히는 담론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극히 개인적 평가일 수 있다. 진 회장이 고객과의 소통에 무게를 두는 경영철학을 지녔다는 점에서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보인다. 고객을 우선시 하는 그의 철학은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금융사 CEO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위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수십년을 버텨오면서 뿌리를 내린 금융사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무너진다. 고객 입장에서 자신의 자산을 위탁할 금융사는 차고 넘친다.

고객을 우선시 하는 것은 간단하다. 매일 아침 신한금융의 계열사 한 지점에 돈을 맡기러 오는 나이 지긋한 고객 마음부터 온전히 보듬는 것. 진 회장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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