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 논란이 'LH 용역 전관 카르텔'로 분쟁의 불씨를 옮겼다. LH의 상위기관인 국토교통부가 LH 전관 업체와의 모든 용역 계약을 끊고 새 입찰 기준 마련에 나서는 등의 전쟁을 선포한 것. 

이에 LH는 지난 20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용역계약 처리 방안을 밝혔다.

LH가 용역 업체와의 통화와 임원 확인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7월 31일 이후 전관 업체를 선정한 설계 공모는 10건(561억원), 감리 용역은 1건(87억원)이다. 이들 계약은 취소한다. 또 전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와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철근 누락 사태가 설계·감리 업체 등으로 취직한 퇴직 직원과 유착관계에서 발생했다는 데 중점을 뒀다.

전관유착을 끊어내는 게 이번 철근 누락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방안임에는 공감하지만 문제의 근원지인 시공현장에서 고착된 감리 인력 부족 문제에 지적과 대책 마련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LH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퇴직하면 손을 놓고 있겠느냐”며 “경력을 살려 같은 업종에서 일을 계속하는데 설계·감리업체를 운영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 동안 LH 전관을 거치지 않은 업체가 손에 꼽힌다"며 전관 업체가 아닌 업체만 선별해 소수 업체만이 일감을 얻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만성적인 감리 인력 부족과 촉박한 공사일정 등 LH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전관예우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건설현장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한 시공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다분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LH의 감리 인원은 부족하다. 이번에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단지 중 LH가 직접감리를 맡고 있는 8개 단지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계미흡 A지구는 배치인원 4.94명으로 법정 기준인원 8.3명 대비 40%가 부족하다. B지구는 배치인원 4.62명으로 법정 기준인원 8.4명 대비 45%가 부족하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는 기획재정부에 수년에 걸쳐 건설현장 감독 및 품질,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1,437명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이 가운데 381명(26%)만 승인됐다.

LH가 공공기관의 역할에 맞게 주택을 공급하려면 감리 인력 부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LH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설업계에서 감리 인력은 평균 50대로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때문에 신규 감리 인력의 진입이 줄어들어 감리 인력 부족은 건설업계 전반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감리는 역량지수를 통해 등급이 나뉘는데, 역량지수는 자격·학력·경력·교육 등 4개 지수로 평가된다. 35~55점 미만은 초급, 65점 미만은 중급, 75점 미만은 고급, 75점이 넘으면 특급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현장은 특히 특급 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렇다 보니 정년이 없는 감리 직업의 특성상 경력이 많고 연봉을 적게 제시하는 고령의 감리를 뽑는 게 현실이다.  

건축물이 설계에 맞게 시공됐는지 확인하고 품질과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감리의 역할은 안전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건설업계의 요직이다. 그런 만큼 건설업계에서의 감리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감리 평균 연령을 낮추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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