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갈비’를 아는가. 갈비라고 하니까 먹는 고기의 종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땅에 떨어진 마른 소나무 잎을 말한다. 옛날 시골에서는 소중한 불쏘시개나 땔감이었다.

어릴 때, 시골 어느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겨울철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산에서 이것을 갈퀴로 모아 가져 온다. 물론 젊고 힘센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은다. 그렇다고 어느 한 곳의 것을 몽땅 긁어오지 않고, 듬성듬성 남겨놓는다.

부챗살처럼 생긴 갈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으려 해도 갈비가 살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남겨놓은 것은 아이들이나 부녀자들의 몫이 된다. 새들과 짐승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추수 때 가을에 떨어진 벼 이삭을 남겨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래야 그들도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 해충들을 잡아먹어 풍년을 도운다.

상생이란 이런 것이다. 나보다 약하고, 가난하고, 힘든 상대를 배려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것. 그래서 상생은 기본적으로 강자의 선의와 양보에서 출발한다. 강자가 제 욕심만 차린다면 당장은 배가 더 부를지 모르지만 결국은 ‘혼자’가 된다. 갈퀴야말로 절묘한 상생의 도구다. 여기에 소나무 갈비가 많지 않은 낮은 산은 아이들에게 주고 힘들지만 큰 지게를 지고 좀 더 높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갈비를 더 많은 갈비를 모아온다면 그야말로 서로가 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떡국 떡, 문구류 등 자본과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업종까지 대기업이 가로채는 것은 갈퀴가 아닌 고무래로 갈비를 싹 쓸어 담겠다는 얘기다. 이를 막으려고 국회가 통과시킨 것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상생법)'이다. 동반성장위원회도 매년 등 특정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3년간 대기업의 사업확장과 진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14년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해 통상마찰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이 법안이 해당 분야의 업체 수나 제품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규모에 따른 질적 제한이라 시장접근 조항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더구나 이 법이 현행 적합업종제도아 비교하면 한 걸음 나아간 것이지만 중소기업계가 주장해 온 특별법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 적합업종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생존과 생계를 보장하고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마구 침해를 막기 위해 마련한 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적합업종제도 또한 대·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을 통해 실질적 자유경쟁과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제도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만 있으면 대기업들은 갈퀴가 아닌 고무래로 이산 저산의 소나무 갈비를 모두 긁어가려 하고 있다.

이를 눈감아 넘기고 어떻게 일본과 같은 강소기업들이 나오기를 바라며, 소상공인들의 안정된 생계를 바라며, 고용시장의 저변확대를 바랄 수 있겠는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국회도 어수선한 정국 핑계나 대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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