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가을이면 ‘어린이 화장품’이 정식으로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유형에 ‘어린이용 제품류'를 추가하기로 하고 9월까지 기준 및 관리에 관한 시행안을 만들 계획이다.

화장품 사용연령이 갈수록 낮아짐에 따라 성인용과 다른 기준으로 어린이용 화장품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법으로 규정된 화장품 유형은 모두 12가지. 영유아용(만3세 이하), 목욕용, 인체 세정용, 눈 화장용, 방향용, 두발 염색용, 색조 화장용, 두발용, 손발톱용, 면도용, 기초화장용, 체취 방지용 제품류 등으로 어린이용은 따로 없다.

때문에 이미 어린이 화장품을 표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용도에 따라 성인용과 같이 관리돼왔다.

정식으로 선을 보일 어린이 화장품에는 로션과 크림, 오일 등이 포함되며 사용 연령은 만13세 미만의 초등학생으로 한다. 성인보다 알레르기에 취약한 점을 감안해 색소 물질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타르 색소와 같은 화합물은 성인용 화장품에서 단순히 '향료'로 표기되는 타르 색소와 같은 화합물의 표기도 의무적으로 정확히 명기해야 한다.

정부가 이렇게 어린이 화장품을 공식화하는 것은 이미 어린이들 사이에 화장이 보편화되었기 때문. 요즘은 립스틱을 바르는 등 다소 진한 화장을 한 초등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린이 화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시작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 색조화장을 시작했다’고 답한 청소년의 32.7%가 중 1년생이었다. 이에 반해 고3학생은 6%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 화장을 시작한 나이도 29.3%가 13세라고 답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은 12세도 17%였다. 대중매체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의 화장 시작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 화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비영리환경단체인 EWG는 “청소년의 화장이 그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WG의 실험결과, 매일 화장을 하는 10대 소녀의 혈액과 소변에서 암 발병과 관련이 있거나,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고 알려진 화학물질이 평균 13종이나 검출되었다. 이 화학물질 들은 실험에 참여한 10대가 사용한 화장품 재료였다.

청소년들의 화장을 “독성화학물질로 만든 칵테일을 흡수하는 행위”라고 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어릴수록 화장품 속, 위험 물질이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적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성조숙증, 생리불순과 불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교육부도 청소년 화장품 사용에 대한 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선 학교 역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자칫 화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오해를 살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식약처가 나서서 지난해 초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란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화장이 보편화한 현실을 반영해 화장품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린이 화장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단순한 억압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미국과 유럽보다는 부정적이지만, 우리나라 학부모와 교사들도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화장을 허용하고 있다. 단순히 학업에 지장을 주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금지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신체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화장품 회사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보다 엄격한 성분 선별과 투명한 공개로 어린이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위험한 성분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 고발해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바른 시민의식과 화장품 회사의 정직함, 정부의 엄격한 관리만이 이미 화장을 시작한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피부, 나아가 신체적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 스스로 세상 어떤 화장보다 자연 그대로의 피부가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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