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덴츠 회장 사임 놓고 WP 지적...초과근무 중심의 기업문화개선 급선무
한국선 40대 공무원 AI과로사 추정 불구 정책 수립은 전무

▲ 다다시 이시이(石井直) 일본 덴츠 회장. 덴츠 홈페이지 캡쳐. ⓒ SR타임스
▲ 다다시 이시이(石井直) 일본 덴츠 회장. 덴츠 홈페이지 캡쳐. ⓒ SR타임스

[SR타임스 권상희 기자]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의 회장 다다이 이시이(石井直)가 이 달 사임한다. 지난해 발생한 24세 신입사원의 과로사로 인한 자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일본의 초과근무 문제는 “최고경영자 한 명의 사임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표 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일본의 관습은 서구 기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과로사 문제는 특정 기업이나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23%의 기업들이 사원들에게 매달 8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지시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 중 12%는 100시간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 뷰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Noah Smith)는 일본사회는 “초과근무 예방보다는 그것을 권장하고, 개인보다는 조직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에서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관의 정책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 대표의 문화적 뒷받침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11월을 “과로사 예방의 달”로 지정했고 2014년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첫 법안까지 통과되었지만 초과근무방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포스트는 초과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덴츠는 지난해 과로사 자살사건 이후,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건물의 모든 불을 끄기로 결정하고, 직원들에게 반년마다 최소 5일간의 휴가를 주기로 했으며, 최대 초과근무 시간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건물 소등 아이디어 등은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지만, 대표가 직접 나서서 기업 문화를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초과근무 줄이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업 대표들이야말로 초과근무에 대한 규칙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과근무 문제는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않게 심각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22%이지만, 한국은 그보다 높은 23.1%나 된다. 이는 OECD 38개국 중 터키(39.3%), 멕시코(28.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며, 초과근무시간도 OECD 평균보다 13% 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가나 일상생활에 쓰는 시간은 평균 14.7시간으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27위로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연간 평균 실질노동시간 또한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이 멕시코(2246시간)와 코스타리카(2230시간)에 이어 2113시간으로 세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덴츠 사건 이후 과로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경북 성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공무원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이유로 자택에서 숨졌다. 정씨는 AI 대응을 위해 지난달부터 매일 12시간 이상 소독 및 방역 업무에 매진해 왔으며, 특히 사망 하루 전인 26일도 밤 10시까지 AI 거점 소독업무에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과 관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정말 안타깝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만 했지,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정책 수립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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