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에어컨필터에 이어 이번에는 치약이다. 유독물질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호덴탈제약, 아모레퍼시픽과 부광약품 등 10개 업체의 149개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가습기 살균제'에 첨가된 CMIT/MIT 성분이 검출됐다. 이번에 CMIT/MIT 성분이 검출된 제품들은 모두 미원상사의 계면활성제를 직·간접적으로 구입해 치약 제조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또 어떤 유독물질이 나올지 몰라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렇게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제품 여기저기에서 유독물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976명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안전 대한민국’을 외치는 정부에서 국민들은 가장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미봉책, 땜질식 정책이 문제다. 근본적인 대책이나 예방책보다는 가능하면 말썽을 무마하려하고, 어쩔 수 없이 불거지면 그것만 얼른 대충 땜질로 막아버리고 지나가버리는 식이다. 치약은 처음도 아니다. 2년 전 파라벤이란 발암물질이 들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소홀로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졌다. 수년 동안 계속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방식을 보자. 처음에는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아니면 유해하지만 기준치를 넘지않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다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면 늑장 조사와 재발방지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물론 이 역시 철저하고, 정말 ‘종합적’이면 다행이지만 말로만 끝나고 제대로 지켜진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치약도 그렇다. 식약처 관계자는 "149개 제품의 CMIT/MIT 잔류량은 극히 미미해서 설령 삼키더라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단 발표해 놓고는, "그렇지만 규정상 사용이 금지돼있는 만큼 전량 회수조치 했다"고 생색내듯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잔류량이 미미해서 당장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규정상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 들어간 제품들이 지금까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1차적 책임은 제품에 유해성분을 사용한 기업들이다. 그러나 기업의 부도덕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꼭 유해성 논란이 불거져야만, 그것도 해당제품에만 조치를 취하는 단발적, 미봉적인 대응이 아닌 선제적, 종합적이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방향제, 방충제, 소독제, 방부제 등 생활화학제품 중 독성물질 함유 우려 15개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하루라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이제 “미미해서, 아니면 극히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되고 있어 위험하지 않다” “더 확실한 안전관리 체계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믿음 없이 ‘안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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