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사양 칩 활용 성능 탁월…엔비디아 등 빅테크 '예의주시'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글로벌 AI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딥시크는 저사양 칩을 활용하면서도 오픈AI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갖춰 향후 AI 시장의 비용 구조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가 2% 반등한 후 다시 0.5% 하락했으며,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3일간 13% 하락세를 보였다. 딥시크 충격으로 미국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설 연휴가 끝나고 국내 반도체 주 또한 일제히 영향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개장 후 주가가 10% 하락했고, 한미반도체 또한 6%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 AI 챗봇 출시와 관련해 "미국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AI 기업들이 비용 효율성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딥시크의 핵심 경쟁력은 ‘저비용·고성능’이다. 기존 AI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를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엔비디아 H800 칩으로 학습된 모델을 통해 챗GPT 프론티어 모델에 맞먹는 성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AI 모델 ‘R1’은 모바일과 PC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어 범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모델 대비 저렴한 비용에 높은 성능으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에서도 연일 주목하는 분위기다. 딥시크는 지난 30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앱 인기 차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며,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가장 많이 설치된 앱으로 올라섰다. 접속자가 폭주하자 이틀 연속 서버 장애를 겪는 등 관심도가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국산 AI 모델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AI 모델 데이터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SNS를 통해 “딥시크는 키보드 입력 패턴, IP 정보, 장치 ID, 쿠키까지 모두 수집하며, 이 정보가 중국 내 보안 서버에 저장된다”고 지적했다.
딥시크의 성공이 AI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H100, B200 같은 고성능 칩의 필요성이 감소할 경우, 엔비디아의 장기 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업계 동향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31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사는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며 "신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 다이내믹스는 언제나 변화무쌍해서 현재 제한된 정보만으로 판단하긴 이르나 시장 내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 업계 동향을 주시해 급변하는 AI 시장에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AI 개발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곳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AI 확대의 기폭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딥시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의 틀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 AI 기업들도 변화에 직면했다. 수조 원의 개발 비용을 투입해온 오픈AI, 구글, 메타 등은 비용 절감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 SKT,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들 또한 AI 관련 연구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같은 AI 개발업체가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선도업체인 오픈 AI를 모든 면에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성비면에서는 어느 정도 증명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AI 업체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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