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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의 안갯속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환율 상승,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미·중 분쟁 격화, 대외 수요 약화 요인 등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변수들로 올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관련 업계의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와 미국 통상정책 전환에 따른 하방 압력이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낮춰 잡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관련 업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수익성 개선도 이뤄졌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통상규제 세미나-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통상규제 세미나-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산업부

◆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등 암초 산재

그러나 글로벌 통상 환경은 악화됐다.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와 중국의 저가 D램 공세로 인해 경쟁 환경이 불안정해졌다. 

이달부터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HBM 통제를 위해 특정 사양 이상의 D램 반도체를 수출 통제 품목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높은 HBM 제품과 첨단 장비 수출에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과 공급망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지급 또한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미국 텍사스 테일러주와 인디애나주에 파운드리 공장과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미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규모를 확정 받았지만 실제 지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축소 또는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수출 구조 조정과 지원 대책을 통해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용 D램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해부터 구형 D램인 DDR4를 반값에 대량으로 팔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DDR5 양산에 돌입하며 기술 경쟁에서도 국내 업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가격은 지난해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4개월 만에 35.7%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41.1%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3일 비상 계엄령 사태로 인한 환율 상승과 수급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관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 1분기까지 흐림…하반기 반등 예고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올해 1분기까지는 흐리겠지만 2분기 내지 하반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를 지나며 반도체 업황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D램 계약 가격 전망치를 보면 지난해 2분기까지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소폭 반등했는데 중국 정부가 올해 적극적인 부양책 실시와 내수 촉진을 통한 경제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반도체공학회에서 제시한 기술 로드맵 2025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를 좌우할 기술로 ‘적층’에 대한 언급이 가장 두드러진 만큼 2030년부터는 캐패시터(콘덴서)가 기존 수평에서 수직으로 적층 되는 3D 스태킹 구조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전공정 장비를 개발한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지만 지난해 수요가 크게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 확대와 수출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반도체 수요는 글로벌 경기와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정부가 단기적으로 개입해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미국과 중국의 정책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 확충과 기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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