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자·IT 업계는 기술 혁신과 시장 변동성이 교차했다.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생태계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반도체, AI, 웨어러블 등 최신 기술 중심으로 산업의 격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에도 힘썼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노조 파업, SK하이닉스의 HBM 선두 경쟁 등 반도체 업계 관련 기업들은 내외부 리스크를 관리하며 조직재편과 인사를 통해 생존 전략을 재편했다. 또, AI 로봇, 가전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 본격화 등 신시장 개척이 가속화됐고,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애플 아이폰 16 출시에 따른 국내 관련 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편집자주>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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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론 확산…반도체 수장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위기론이 확산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위기를 맞았다. AI 산업의 호황기를 대비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시장 주도권을 놓치면서 기업 위기론까지 확산, 체면을 구겼다. 이에 반도체 사업 수장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올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경쟁력 약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6월 창사 55년만에 파업을 선언하고 화성 캠퍼스 등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에 지난 11월 18일 4년 5개월만에 주가가 '4만원 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삼성전자는 특단의 조치로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력이 뒷받침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주가 부양책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 2025년 '블랙웰'로 성장세 이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에 따라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AI 기술에서 핵심 인프라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요성이 커지면서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 지위와 매출 상승세가 올 한해 동안 지속됐다. 주가 또한 올해 '165%' 이상 올랐다. 엔비디아는 내년 차세대 GPU 아키텍처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5세대 HBM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이 늦어지면서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최근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그간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오히려 3위 SMIC를 견제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전 '투톱' 삼성·LG…AI 가전 솔루션 개발 집중

가전 업계는 AI를 앞세운 혁신 제품의 활약이 주목받는 한 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제품 상호 간의 상태를 파악해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스마트홈 개발에 집중했다. 가전 업계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양사는 AI 솔루션으로 차별화에 주력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AI 가전=삼성'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앱과 음성 비서 기능 빅스비를 중심으로 자연어 기반 명령어를 인식해 AI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고도화해 나갔다. 냉장고를 통해 레시피를 확인하고 정수기, 인덕션에 요리에 필요한 출수량이나 화력 세기 등을 전달하는 식이다. LG전자 또한 'LG 씽큐온' 기능 고도화를 통해 AI홈 솔루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가전이 아니더라도 AI홈 핵심 허브인 씽큐온을 통해 기존 가전제품을 AI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해 단순한 가전 제어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LG그룹 여의도 사옥. ⓒ각 사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LG그룹 여의도 사옥. ⓒ각 사

◆삼성전자 vs LG전자, '구독 가전'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가 지난 12월 1일 구독 가전 서비스 'AI 구독클럽'을 선보이며 LG전자와의 구독 가전 경쟁을 본격화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40조원이었던 국내 가전 구독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00조원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가전 구독 라인업의 90% 이상을 인공지능(AI) 기반 제품 중심으로 구성하며 월간 케어 리포트, 파트너사 제휴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에 앞서 가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LG전자는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가전 구독 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구독 연계 할인과 재구독 혜택 등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올해 매출 또한 1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 해외시장으로 구독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서비스 지역을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또한 내년부터 제품군과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양사의 내년 구독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AI 기본법 본회의 통과…EU 이어 두 번째 제정 국가

AI 산업의 육성과 규제를 담은 'AI 기본법'이 발의 2년여 만에 법 제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로 AI 관련 법안을 제정한 국가가 됐다. AI 기본법은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총 19건의 관련 법안을 병합한 안이다. 정부가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산업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기본 사항과 AI 윤리 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입법 논의가 이뤄졌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고영향 AI 규제와 생성형 AI 워터마크 의무화 등을 포함한 이 법안은 지난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 지난 17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26일 본회의 통과됐다. 다만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폭풍으로 관련 예산 확보가 추후 과제로 거론된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7차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법안들을 가결하고 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7차 전체회의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법안들을 가결하고 있다.

◆ 美정부, SK하이닉스에 6,600억원 보조금 지급 확정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SK하이닉스에 6,600억원대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반도체법에 따른 자금 조달 프로그램에 근거,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SK하이닉스의 38억7,000만 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대 5억 달러(약 7,248억원)의 정부 대출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에 발표된 보조금 규모는 지난 8월에 체결한 예비 계약보다 소폭 증가한 액수라고 전했다. 당초 SK하이닉스에 지급될 것으로 알려진 직접 보조금 규모는 4억5,000만 달러(약 6,500억원)였다.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 MS발 글로벌 IT 대란…대응 필요성 높아져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 서비스 장애로 전세계 공항과 은행, 언론, 기업 등 전방위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공항과 게임 등 일부 피해가 발생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란은 사이버 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이 MS 윈도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윈도 디바이스 약 850만대가 영향을 받았다. 해당 사고 후 안전한 소프트웨어(SW) 배포와 기업 차원에서의 향후 대책 마련에도 관심이 모였다. 국가정보원, 과학기술통신부에서는 'SW 공급망 보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내년까지 관련 로드맵을 완성할 방침이다. 

◆아이폰 16 출시…부품사 실적 '우울'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 16 시리즈를 공개했다. 가격은 전년과 동일한 약 155만원으로 책정됐지만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완전히 탑재되지 않은 탓에 전작 대비 초기 판매에서 부진했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아이폰16용 OLED에는 삼성, LG가 대부분 공급하고 있으며 LG이노텍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LG이노텍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9%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도 3분기 3.9%에서 2.3%까지 떨어졌다. 다만 애플이 내년 1분기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에 따라 아이폰 수요 회복으로 부품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아이폰 16 프로·아이폰16 프로맥스 제품 이미지ⓒ애플
▲아이폰 16 프로·아이폰16 프로맥스 제품 이미지ⓒ애플

◆ 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완료…AI 반도체 유니콘 출범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가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공식 출범했다.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약 1조3,000억 원으로 평가돼 AI 반도체 분야 유니콘 기업이 됐다. 합병 법인 대표는 리벨리온을 이끌어온 박성현 최고경영자(CEO)가 단독으로 맡는다. 리벨리온은 이번 합병으로 새롭게 합류한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기존 사피온 주주였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SKT와 AI데이터센터 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힘을 모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내년 초까지 'PMI'(인수 후 통합)에 집중할 예정이다.

ⓒ리벨리온
ⓒ리벨리온

◆ 네카오, 곳간 책임질 AI 신규 서비스 대공개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기반 신규 서비스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주도권 잡기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올해 AI 플랫폼 역량 강화를 통해 매출액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3분기 15.5%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19.3%로 증가해 4분기에는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검색부터 커머스까지 주요 서비스에 접목해 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AI 브리핑, AI 쇼핑앱 등을 지속 선보일 전망에 따라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뒤늦게 AI 서비스를 공개하며 내년부터 수익성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0월 ‘이프카카오 AI 2024’를 열고 AI 서비스 '카나나(Kanana)'를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인 해당 서비스는 사용자와 텍스트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카카오 선물하기, 쇼핑 등에 접목해 고객 경험 차별화를 둘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네이버, 카카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네이버, 카카오

◆ 주성엔지니어링 분할 계획 철회

지난 10월 반도체 장비 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와 태양광,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분리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분할을 앞두고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며 합계액이 기존 공시한 500억원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분할을 철회하는 대신에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가 안정 도모,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500억원어치 자기주식을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장비와 태양광 부문을 각각 인적·물적으로 분리해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각 사업의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내년 미국과 대만 등 해외 신규 고객사를 대상으로 장비 공급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비메모리 분야로 매출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주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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