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환원·재무 강화로 '승부수'…과잉 투자 리스크 줄여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주주배려 부족” 지적도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7일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 데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도체 업황 속 장기적인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유지하면서 연간 FCF의 5%를 재무구조 강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순현금(Net Cash)' 상태를 달성하고, 미래 투자를 대비한 '적정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45%에서 올 3분기 말 161%로 상승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안정적임을 의미한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7.52%에서 65.95%로 낮아졌다. 단기 재무 안정성과 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이번 밸류업 계획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발표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설비투자 원칙도 구체화했다. 연간 투자 규모를 매출액 대비 평균 30%대 중반 수준으로 설정하며,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과잉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변동성이 큰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또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가 오는 2025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규제 영향으로 일부 중국 시장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SK하이닉스는 HBM 대부분을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어, 단기적인 직접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급력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강화와 과감한 투자 기조로 안정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밸류업 공시 당일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다운턴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올해는 2018년 초호황기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시점에 맞춰 회사의 성장세에 걸맞은 주주환원 정책과 재무 안정성을 기반으로 주주와 함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 계획이나 주주환원 노력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전날 논평을 통해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4%의 소각 계획이 없는데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의 첫 단추라고 발표한 것은 이후 주가 하락에서 보듯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는 변동성이 큰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이번 밸류업 계획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의 핵심은 현금 확보와 투자 규모 조절로 자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며 "과거 허약한 재무 체력으로 약한 경쟁 위치에 머물렀던 경험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향후 중국 경쟁사와의 자본 게임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재무 건전성이 경쟁사들보다 열위에 있던 점을 고려하면 금번 주주환원 정책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메모리 업종은 주주환원보다 기술 리더십이 우선시 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 높은 업황 안에서 주주환원을 안정화시키려는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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