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사, 올 1분기 ‘방카슈랑스’ 영업 온도차

생보사, 방카 매출 전분기 比 84.6% 증가…손보사, ‘65%’ 감소

삼성화재, 1월 방카 영업 중단…21년 만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은행보험판매) 영업에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생보사들의 경우 방카슈랑스 매출이 7,000억원 이상 늘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 이후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늘린 보험판매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저축성보험 판매 유인이 약화돼 방카슈랑스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포함한 생보사 20곳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5조5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730억원)대비 17.1% 증가했다. 직전분기(2조7,100억원)와 비교해서는 84.6%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손보사 10곳은 6,772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7%, 직전분기 대비 65% 줄어든 규모다.

초회보험료는 가입자가 처음 내는 보험료를 말하는 것으로 영업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방카슈랑스는 상품 설명이 까다로운 손해보험보다는 예·적금 성격인 저축성보험을 팔기 용이해 애초에 생보사 점유율이 높은 채널이다. 올해 1분기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매출이 급증한 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가 수요를 이끌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ELS 판매가 어려워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비과세와 130%대의 높은 환급률로 인기를 끈 단기납 종신보험도 방카슈랑스에서 많이 팔렸다.

지난 1월엔 삼성화재가 21년 만에 방카슈랑스에서 신규영업을 중단했다. 앞서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 등도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손을 뗐다.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중단은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인 만큼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한다.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사태 이후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면서 은행권의 신탁 관련 수익이 감소했다”며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활로를 찾기 위해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대하는 등 수익원 다각화에 나섰는데, 생보사의 저축성 보험 판매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매출이 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와 같은 빅테크가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저축성보험을 선보여 (향후) 방카슈랑스 오프라인 판매가 축소될 것”이라며 “(보험료 비교플랫폼 등이 활성화 되면) 생보사 입장에서도 은행에 많은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기에 오프라인 방카슈랑스 영업을 축소하는 등 패턴이 변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