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시총 하락…“비상계엄 후폭풍”

환율 급등에 ‘환차손’ 확대…개별 IR 대응 ‘물거품’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이 3거래일 만에 11조원 이상 증발했다. 45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셀 코리아’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1년 동안 추진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불과 6시간의 계엄 사태로 ‘밸류다운’이 된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횡재세’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냈다. 이자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토해내라는 야권 주도의 횡재세 논의가 재차 불거질 경우 배당확대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 6일(거래일) 시가총액은 88조8,820억원으로 비상계엄 선포일인 3일 99조9,500억원에 비해 11조680억원(11.1%) 쪼그라들었다.

KB금융의 주가는 3일에 비해 이날 15.7% 떨어졌고 신한금융(-9%), 하나금융(-7.9%), 우리금융(-5.9%)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에는 장중 상승흐름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계엄 선포 직전 수준으로 반등하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이 대거 이탈한 영향이다.

심지어 투자 관망을 위해 넣어뒀던 증시 대기성 자금까지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거래융자를 합한 증시 주변 자금은 5일 기준 총 152조9,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155조2,799억원)보다 2조3,364억원 줄어든 액수다.

대기성 자금 종류별로 보면 투자자예탁금은 5일 52조4,692억원을 기록했다. 3일에는 49조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CMA 잔액은 같은 날 84조1,606억원을 기록했다. 85조~86조원대를 기록하던 최근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양상도 잦아들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초 20조원을 넘어서면서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5일 기준 해당 잔액은 16조3,136억원을 기록했다.

◆ 정치적 불안, 횡재세 도입 부각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 불안을 야기하면서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이달 20일로 예정된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변경(리밸런싱)도 호재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 해당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KB·하나금융이 새롭게 편입될 수 있지만 밸류업 자체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개별 지주사가 IR(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를 향한 투자심리 자체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치솟는 환율은 금융지주사들의 하반기 실적에 분명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일보다 4.1원 오른 1,419.2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429원대 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 급등은 손익 관련 장부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항목이 외화환산손익이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 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커질 수 있다.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그 만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채권 발행까지 늘리며 외화 조달에 집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 불안은 결국 금융시장에 왜곡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간단하게 생각해서 이익이 늘어야 배당을 늘리고 투자심리를 유인할 수 있는데,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횡재세와 같은 법안이 재차 추진되는 현상까지 벌어질 경우 심각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단순 우려가 아닌 것은 비상계엄 선포 후 6시간 만에 금융시장의 각종 주요지표가 출렁인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한국의 고유 정치 현상이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에 따른 파장이 금융지주사들의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과한 해석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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