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제일건설이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일감을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97억원을 부과를 결정했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사업) 및 건설(시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공공택지에 ‘풍경채’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로서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반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역량이 없는 상태였다.

앞써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주주 유재훈과 그의 배우자 박현해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건설과 그 종속회사 자산총액은 약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제일건설 그룹은 중견 기업집단이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추첨으로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경우 1순위 청약 자격을 충족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해 공급대상자를 결정하는데, 2016년 8월부터 1순위 청약 자격을 강화하여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을 요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건설실적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제이제이건설 4건, 제이아이건설 3건)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경쟁상 지위를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제이제이건설은 위반기간 동안 1,574억원의 시공매출과 138억원의 시공이익을, 제이아이건설은 위반기간 동안 848억원의 시공매출과 107억원의 시공이익을 획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각사의 위반기간은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2020년으로 4년,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2023년까지 6년이다. 위반기간 동안 각 지원객체가 이 사건 지원행위로 거둔 시공매출이 총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은 49.3%에 육박했다.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이제이건설은 20.9%, 제이아이건설은 12.8%에 달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올랐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각각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주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사례”라며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로 국민의 주거 안정과 밀접한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건설사의 경쟁상 지위를 인위적으로 제고시키는 반칙 행위가 근절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일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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