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공장(왼쪽)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각 사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왼쪽)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각 사

임원 10명 중 2명 ‘여성’…“다양성 확대로 기술 혁신 주력”

여성 근로자, 정책 개선·코칭 지원체계 고도화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여성 리더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 내 기술 혁신 속 ‘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6일 각 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년 6.9% 대비 2배 이상 확대하고,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2021년의 3배로 여성 팀장 비율을 10%로 높이기로 설정했다. 

현재 각 사의 임원 중 남녀 성비는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내 임원 11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2명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도 임원 10명 중 여성 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핵심 부서 임원이 아닌 모두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으로 법률 쪽에 해당했다. 동종 업계인 LG전자는 여성 등기임원이 전무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기술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부족 인원은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31년 경에는 국내 반도체 인력이 약 5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여성 인력 채용을 꾸준히 늘리며 인력난을 극복하고 ESG 경영의 핵심인 성평등 요소를 충족하는 ‘일타쌍피(一打雙皮)’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부문에서 여성 인력 비율은 24.6%를 차지했다. 기계·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여성 인력은 11.9%에 그칠 정도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인력 10명 중 여성 인력은 2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해 여성과 소수 인종 출신을 공략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반도체 업계 내 여성 인력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고등학생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거나 여대생 대상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최초 여성 연구위원인 오해순 부사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최초 여성 연구위원인 오해순 부사장. ⓒSK하이닉스

양사 중 여성 인력 채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부터 매년 우수 여성 인재를 임원 및 팀장으로 발탁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2021년의 3배로 높이고, 여성 팀장 비율은 10%까지 높일 방침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2024년 신임임원 인사에서 회사 최초로 여성 연구위원에 오해순 부사장을 발탁했다. 오 부사장은 낸드플래시와 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된 조직인 ‘N-S Committee’의 연구위원으로 차세대 고부가가치 낸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연초 SK하이닉스 뉴스룸을 통해 “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연구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한 만큼 연구 문화에 다양성을 통한 혁신을 끌어내겠다”며 “연구 역량 자체에 남녀 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오 부사장은 이어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져 발전하는 연구 분야에 여성 리더로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연구위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주관하는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에서 D램 양산제품 설계 담당 장지은 부사장이 공학도를 꿈꾸는 중·고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여성 반도체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다원적 사고는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해 혁신을 촉발시켜 주고 이는 기술 혁신을 주도할 훌륭한 여성 리더들이 나오도록 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국제연합(UN)의 여성역량강화원칙을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FMS 슈퍼우먼 컨퍼런스’에 공동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여성 인재 발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삼성전자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여성 임원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에 따르면, 회사는 여성 리더십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7.3%로 10년 전인 3.8%의 두 배가량 늘었지만 괄목한 수준은 아니다. 사장단 또한 지난 2022년 첫 여성 사장으로 주목받은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1명뿐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여성 리더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해 2022년 기준 여성임원 비중을 2030년까지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채용 ▲평가 ▲퇴직에서의 여성 비중을 관리하고 우수한 여성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차세대 여성리더 워크숍’을 운용하고 있다.

해당 워크숍을 통해 여성 임원 후보군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성별 임금격차 관리를 통해 고직급에서 여성 비중을 늘리고 성별 임금격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최근 조윤정 삼성전자 마스터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Women-in-Technology 반도체 여성 리더십 세미나'에서 삼성전자의 '극악 성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 마스터는 "삼성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전체 직원 중) R&D 여성인력은 20%, 중간관리자 여성인력은 17%, 여성임원은 7%"라며 "여전히 소수인 건 맞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고 점점 퍼센티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파급력이 훨씬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마스터는 "일을 하면서는 남녀의 차별을 보기보단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어떻게 할지를 푸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좋은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대별 인식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고 성별 역할 인지 및 행태와 관련해서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여성 근로자들의 정책을 개선하는 한편 다양한 롤모델 발굴이나 재직단계에서의 경력관리, 경력자들의 멘토링 등 개인 코칭 지원체계 고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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