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최근 몇년간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여성 임원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예고한 이후 매년 여성 임원 비율은 단계적으로 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중은 지난해 보다 0.6%포인트 늘어난 7.5%다. 자본시장법 시행 전인 2019년(3.2%)에 비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일제히 여성 임원 비중 확대에 힘쓰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맞지만 실상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고 미등기 임원만 늘은 것으로 나타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여성 등기임원은 각각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LG전자는 여성 등기 임원이 전무했다.
등기 임원과 미등기 임원의 차이는 업무적인 영역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법적 지위와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2’에서는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수년간 ‘식당 예능’으로 손발을 맞췄던 출연진들은 ‘이사’, ‘전무’, ‘사장’ 등 새로운 직급을 받게 된다. 정유미는 제작발표회 당시 “이사로 승진을 시켜주셨는데 좋기는 했지만 등기이사라고 하더라”며 “이 식당에 문제가 생기면 제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등기 임원은 법적으로 회사에 등록된 임원으로, 주로 이사나 감사를 포함하며 회사의 경영 및 의사결정에 법적 책임을 지는 위치다. 이들은 외부에 대한 법적 대표권을 갖고 상법에 의해 특정한 의무와 책임이 부여된다. 반면 미등기 임원은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임원으로 경영에는 참여하지만 외부에 대한 법적 대표권이 없고, 주로 특정 부서의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직무별로 여성 임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이 169명(7.9%), SK그룹 108명(8.3%), LG그룹 77명(7.6%)으로 여성 임원의 수가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법적 대표권을 가진 등기 임원에는 여성의 이름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리천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지난 2022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대응을 위해서라도 여성 임원 비중 확대는 주요 기업들에게 필수과제가 된 셈이다.
박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가 작성한 '여성 이사가 조직 위계 수준별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여성 이사 비중이 높을수록 여성 경영진 비중이 높았으며, 고용의 양성평등 효과도 조직 위계 수준별 낙수효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수치상 여성 임원 수를 늘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업의 경영 구조 속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 임원에서도 여성 비율을 확대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여성임원은 역대 가장 많은데 실상 등기 임원은 없는 ‘속 빈 강정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