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HMM의 새 주인이 된 하림그룹. 지난 18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자산규모가 더 큰 기업을 인수했다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사례를 들며 하림 또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산 13조원 규모의 하림이 자산 25조8,000억원의 HMM을 인수할 능력이 될 지 의문부호가 붙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본입찰 당시 6조4,000억원(추정치)의 희망 매각가를 써냈다.
2023년 11월 기준 하림지주와 그 종속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 전체 자산총계는 13조8,360억원. HMM의 자산총계는 26조원이다. 자산규모가 2배 이상 차이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은 무엇일까. 현금성자산, 매출채권 등을 합하면 하림이 곧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약 4조원이다. 하림이 희망매각가로 써낸 가격 6조4,000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그러나 여기에 약 7조4,000억원의 유형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HMM 인수 자금 마련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 즉 단기차입금이 약 3조7,900억원이다. 하림의 부채비율이 160%인 상황에서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돈을 빌릴 곳이 과연 있겠냐는 것이다.
예비 입찰 때부터 불거진 우려에 하림은 지속적으로 인수 자금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전면에 나서 인수 의지를 피력했고, 지난 10월에는 팬오션 이사회를 열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90만3,973주를 주당 4만1,710원에 처분해 총 1,628억원을 현금화했다.

하림이 HMM 인수를 통해 그리는 그림은 뭘까.
김흥국 회장이 하림을 키워낸 배경은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곡물-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제조-유통판매’에 이르는 종합식품사업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5년에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하면서 운송 사업 확대했다.
팬오션 인수 후 하림의 운송 사업 부문은 영업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영업부문 중 매출액의 33%다. 팬오션 인수 당시 하림은 해운업에 처음 진출하는 상황이었으나 연간 영업익을 2,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키운 경험을 얻은 만큼 이번 HMM 인수전 성공 후의 하림은 더 이상 식품 회사가 아닌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수를 잘 마친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최근 해운업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팬오션은 올해 3분기 해운 시황 악화와 운임 하락 등의 여파로 매출액 1조1,116억원, 영업익은 7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약 40%, 65% 줄어든 수치다.
여러가지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26일 하림은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 수준의 유보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하림은 “HMM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현재 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MSC,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해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업)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HMM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과거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수합병(M&A) 이후 5년 동안 배당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했다.
자회사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강조하자 일각에서는 팬오션과 HMM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하림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림은 “팬오션과 HMM의 합병 또는 사업구조의 인위적인 조정은 없을 것”라며 본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섣부른 추측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해 이제는 국내 최대 선사를 품에 안은 하림. 앞으로 하림의 운송 사업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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