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AI·클라우드 투자 위해 호텔 매각 검토
노조·퇴직 임원 “수익성 좋은 호텔 매각, 연임 포석 의혹" 제기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KT의 호텔 매각을 두고 노사 간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에만 호텔 5개를 보유하고 있는 김영섭 KT 사장이 AI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호텔을 판 돈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직 임원과 KT새노조는 실적이 좋은 알짜 호텔을 왜 파는 지와 이례적인 사외이사 전원 재선임 등이 김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보유 중인 부동산 매각 자금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등 비통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가 보유한 호텔 매각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자산 매각 후 논란이 된 사례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기자간담회에서 KT의 향후 투자 방향으로 “기업 경영자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해 본업을 잘 발달시켜야 한다”며 “KT의 본업은 호텔업이 아니다”라며“KT에스테이트는 유휴 부동산이 생기면 가치 있게 활용하도록 하는 회사일뿐 호텔사업을 위한 회사가 아니며 KT에스테이트가 호텔 소유 등을 본업으로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부동산 개발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보유한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송파구) ▲안다즈 서울 강남(강남구) ▲신라스테이 역삼(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중구) ▲르메르디앙&목시 명동(중구) 등의 호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KT는 과거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빌딩과 호텔을 건설하며 상당한 자산 가치를 창출했다. 예를 들어 장부가 100억원이었던 옛 서울 송파전화국 부지에 송파빌딩 2개 동을 신축했으며, 2022년 감정평가액이 8,000억원에 달했다. 리모델링 비용 4,000억원을 감안해도 두 배 가까운 가치 상승을 이룬 것이다.
호텔 업계는 코로나19로 위축됐다가 최근 여행객 증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T에스테이트의 매출도 2020년 3,600억원에서 2023년 5,917억원, 2024년 6,049억원으로 증가했다. KT는 지난해 분기보고서를 통해 "노보텔, 안다즈, 소피텔 호텔의 실적이 엔데믹 영향으로 크게 개선돼 매출과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의 호텔 매각 계획에 대해 퇴직 임원 및 일부 노조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KT 퇴직 임원 20여명은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 수익성 높고 향후 가치가 더 높아질 미래 자산들을 빠르게 매각해 불확실한 AI 분야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은 재무적 리스크도 크다”고 우려했다.
◆ 김영섭 대표 “다양한 분야 투자 위해”…새노조 “단기 수익 위한 것” 주장 엇갈려
반면 김영섭 대표는 AI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매각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MWC 2025에서 "KT는 6세대(6G) 이동통신, 주파수, 위성, AI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며 "부동산을 적절한 시기에 유동화하고 이를 통해 본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KT새노조는 “김영섭 사장이 임기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KT 부동산 자산, 특히 수익성 높은 호텔을 전부 매각하려 하는데도 이사회는 견제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으로 인한 단기 수익 추구는 김영섭 사장 연임을 위한 실적용”이라고 꼬집었다.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기 종료를 앞둔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전 KCGI 글로벌 부문 대표 파트너, 등 사외이사 4인을 모두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임기 종료 사외이사가 전원 재선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의 이력을 보면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 곽 센터장을 제외하고 KT가 공들이고 있는 AI 분야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KT 이사회가 변화를 주지 않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김영섭 대표의 연임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KT 이사회 정관에 따르면 김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이사회의 후보 선정 절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김 대표가 취임 전 체결한 경영계약서에 따르면 차기 대표 후보의 육성과 관리 계획, 그리고 승계 후보의 임면과 관련된 사항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번에 새롭게 선임되는 4명의 사외이사가 내년 김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외이사 재선임 과정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기가 1년 남은 김 대표는 아직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업계에서는 그가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KT 관계자는 “매각 대상이 아직 정해진 게 아닌 만큼 회사의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AI 투자 집중이 김영섭 대표의 임기 만료 연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 KT멤버십 ‘달.달.혜택’, AI 서비스 할인 제공
- KT, 팔란티어와 파트너십 체결… 국내 AX 사업 속도
- KT, 기존 사외이사 4명 재선임…현대차 추천 인사 포함
- KT, '함께 쓰는'·'하루종일' 로밍 혜택 강화
- 통신3사, MWC서 ‘책임감 있는 AI’ 구현 강조
- KT, ‘한국적 AI’와 SPC로 AX 혁신 가속화
- KT, AI로 모든 이용환경 보호하는 ‘토탈안심 인터넷’ 출시
- KT, 6G 시장 주도권 확보 계획 발표
- KT, 래블업과 GPU 구독 서비스 협력
- KT, “비즈메카EZ 이용 기업 7만개…AI 위협메일차단 서비스 인기”
- GS건설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 직장 부분 폐쇄
- KT, 한전·서울대와 ‘전력 특화 AI’ 공동 개발·실증
- KT, 미디어 매출 5조 도전장…IPTV 전략 수정 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