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혼란과 양극화의 한해였다. 건설·주택 경기 침체, 하반기 대출규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겹치며 위축됐다. 전반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폭도 줄었다. 전월세 시장에서는 전세사기 불안감으로 월세 비중이 높아졌으며, 분양시장은 공사비가 오른 만큼 높은 분양가로 미래 가치를 따져 일부 단지에만 수요가 쏠렸다. 올해도 연초부터 어수선한 정국과 투자수요 감소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SR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올해 집값과 전월세 시장, 분양 시장에 대한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올해 수도권 전세가격 보합 또는 1%대 상승할 듯”
1억~2억원대 비아파트는 월세선호 현상 짙어질 것"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지난해 전세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신축 입주물량이 많지 않았던데다 전세 매물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전세사기와 보증사고 증가에 수요자 공포가 해소되지 않은 전월세 시장에선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월세거래가 늘며 월세로의 시장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수도권을 위주로 상승하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지방과 가격 격차를 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세 수요의 월세 이동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전세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 지속…지방은 하락세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수도권 기준 전세가격 지수는 연내 꾸준히 상승을 기록했다. 지방 전세가격 지수는 하락을 지속하다 10월 들어서야 상승으로 전환, 연말에 보합으로 마무리 한 것과 상반된 수치다.
지난해 전국 월별 전세가격지수(증감률)는 매달 상승을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1월 88.81(0.09) ▲2월 88.85(0.05) ▲3월 88.93(0.09) ▲4월 89.03(0.12) ▲5월 89.20(0.19) ▲6월 89.35(0.17) ▲7월 89.57(0.24) ▲8월 89.85(0.31) ▲9월 90.09(0.26) ▲10월 90.30(0.24) ▲11월 90.42(0.14) ▲12월 90.45(0.02) 순이다.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많았던 7월을 넘어가면서부터 전세가격지수 상승폭도 상반기 대비 커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상승세를 보이며 전국 전세가격을 이끌었다. 서울(수도권)의 월별 전세가격지수 증감률은 ▲1월 0.30(0.22) ▲2월 0.22(0.22) ▲3월0.32(0.30) ▲4월 0.30(0.33) ▲5월 0.42(0.43) ▲6월 0.62(0.44) ▲7월 0.86(0.59) ▲8월 0.81(0.67) ▲9월 0.58(0.56) ▲10월 0.43(0.46) ▲11월 0.21(0.26) ▲12월 0.03(0.05)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 전세가격 지수 상승폭도 금리 인하 기대감과 대출규제 시행 전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7월과 8월에 높게 나타났다.
반면 지방지역은 ▲1월 –0.03 ▲2월 –0.11 ▲3월 –0.12 ▲4월 –0.09 ▲5월 –0.03 ▲6월 –0.09 ▲7월 –0.08 ▲8월 –0.02 ▲9월 –0.01로 하락세다. 10월과 11월(0.03)에 가까스로 상승을 기록했으나 12월 0.00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상승 기록을 멈췄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세가격이 상승만을 기록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해소되지 않은 ‘전세사기 공포’…전세 줄어
전세거래량도 줄어들었다. 특히 전세사기와 보증사고에 따른 시장 공포로 월세화 현상에 속도가 붙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내어줘야 하는 금액이 지난해 4조5,000억원에 육박,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로 인한 전세보증 사고액은 2023∼2024년 2년간 9조원, 피해자는 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의 주택 유형별 임대차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포함)의 전월세 거래량이 총 155만9,5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76만1,624건)보다 11% 감소한 규모다.
다방 관계자는 “역전세난과 고금리 장기화, 대출 정책 영향 등이 맞물리면서 전체적으로 주택 임대차 거래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유형별 거래 동향을 보면 아파트 전세 거래는 60만9건,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는 11만2269건, 오피스텔 전세 거래는 7만9,860건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전세거래가 아파트 16%, 연립·다세대 12%, 오피스텔 9% 씩 감소했다.
반면 비아파트에 해당하는 주택유형의 월세 거래는 늘었다.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2023년 55만1,468건에서 지난해 46만8,051건으로 15% 하락한 것과 달리 연립·다세대(13만2,546건→13만9,950건)와 오피스텔(14만5,553건→15만9,439건)의 월세 거래는 각각 6%, 10% 증가했다.
지난해 모든 주택 유형에서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도 확인됐다.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월세 비중은 43.8%로 전년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고 연립·다세대는 55.5%(4.4%포인트 증가), 오피스텔 66.6%(4.3%포인트 증가) 등도 월세 비중이 늘었다.
◆올해 전세가격 수도권·지방 양극화 전망
올해 전세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멈추고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3년 7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주 0.01% 하락을 기록했던 서울 전세가격 지수도 같은 기간 보합(0.00)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외곽지역 및 구축 단지에서 하락거래가 발생했지만 신축 및 역세권 등 선호 단지에서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등 서울 전체가 혼조세를 보이며 전세가격 지수가 보합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올해 수도권 기준으로 전세가격은 1%대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주물량과 전세매물이 부족한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늘어난 전세수요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지방은 일부 지역 입주예정 물량도 다수 있어 상승 기록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전세시장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지역 양극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수도권의 경우 입주예정 물량이 서울은 소폭 늘긴 했으나 경기도에서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부족한 공급으로 전세가격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사되는데 시중은행 금리도 떨어지면 전세 대출이 수월해지는 만큼 전세 수요가 늘어나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에 일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 수석은 "지방은 입주 물량이 작년에 비해 감소하긴 했지만 일부 충청권과 경남 등 지역은 입주물량이 증가했다"며 "이처럼 수요 대비 물량이 있는 지역은 전세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서울 전세가격은 1~2% 정도, 수도권은 지역 범위가 넓어 세부적인 전망은 어렵지만 보합 또는 1% 정도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가격은 매매가격과 같은 방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매매가 상승이 예견되는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도 오를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월세 시장의 경우 수억원대 아파트는 매매·전세 가격과 같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전세사기가 빈번했던 1억~2억원대 비아파트는 월세선호 현상이 짙어질 것"이라며 "다만 이처럼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 주택에서의 월세 전환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부동산경영학회장) 역시 "전세 시장은 매수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기존 전세 계약자들의 계약 지속 수요 증가 영향을 받아 매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며 "또 수요자들이 전세 보다 월세로 전환하고자 하는 선호는 커져 매물은 부족해 월세값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전반적으로 보면 전세와 월세수요의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지역 전세가격의 양극화가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시장은 HUG와 같은 보증기관이 대출 보증을 80~90%까지 하고 있어 매매시장에서 예측되는 대출규제로 인한 위축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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