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여파 속에 침체기를 겪었다. 건설사는 개발사업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경영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원가율을 잡기 힘들었던 만큼 수익은 줄어들었다. 건설사는 불확실한 업황에 대비한 수장 교체가 잇달았다. 부동산 시장 '한파'도 지속됐다. 서울은 주택거래량이 감소, 전국적인 악성 미분양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영향으로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은 올 한해 침체기를 겪었다.
특히, 건설업계는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총선이 있던 4월과 5월엔 총선을 기점으로 건설사 줄도산이 실현될 것이라는 'N월 위기설'도 돌았다. 고금리와 물가상승으로 공사비를 이루는 자재가격과 인건비가 동시에 높아져 건설사들은 원가율을 잡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건설사는 안정적 원가율을 80%대로 보고 있지만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는 평균 90%를 넘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열기도 식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지만 정부의 가계대출관리로 시장이 받는 긍정적 요인은 제한적이었다. 서울에선 정비사업지들이 경쟁입찰 성사에 실패하며 유찰을 거듭했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입찰 참여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거래량은 7월 반짝 올랐다 다시 떨어지고 있다. 9월과 10월 시행된 스트레스 DSR 규제로 인해 수요자 부담이 커지자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이 그 이유다. 특히 12월에는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부동산 정책 등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져 한동안의 거래량 하락이 예고되고 있어 올해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한 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건설사 27곳 부도…전년비 부도업체 두배 상승
올해 1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워크아웃 신청 시기를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2023년) 16위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은 업계에 '큰 충격'이었다. 부동산 PF 대출의 높은 부담으로 자금난에 직면했던 게 워크아웃 신청 이유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에도 건설업계는 4월 총선과 맞물려 부실사업장의 PF 위기로 인한 ‘N월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다만 태영건설이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정상화 과정에 들어갔고 주요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수주를 재개하며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위기가 지속된 만큼 올해는 문을 닫는 건설사가 많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1월까지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당좌거래 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 제외)는 27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도 건설사가 11월까지 13곳이었던 데 비해 두배 많다. 아울러 연간 부도업체 수는 2020년 24곳, 2021곳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 등으로 2019년(49곳) 이후로 5년 만에 가장 많다.
◆정부, 건설업 연착륙 위한 PF 지원책 마련
정부는 11월 건설업계와 부동산 개발시장에 불어닥친 PF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PF 사업장 평가기준을 세분화하고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PF사업장 평가기준 개선 ▲재구조화·정리 유도 ▲민간금융 공동대출 조성 등 방안을 계획했다. 이어 같은 달 정부가 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태 등 반복되는 부동산 PF 위기의 원인이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중이 낮다는 데 있다고 보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먼저 부동산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20~40% 수준으로 높아지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PF사업에 토지∙건물 현물출자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납부 이연, 개발규제 완화, 컨설팅 등 행정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 용적률 및 공공기여 완화, PF 보증료 할인 등 여러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경우 영세한 중소 개발업체의 경우 사업 추진이 어려워 건설 기업 간에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 수익성 '빨간불'…줄줄이 수장 교체
공사원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건설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국내 1군 건설사들도 원가율이 90%를 넘기고 있다. 통상 공사원가를 제외하고도 사업지별 판매관리비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건설사 이윤이 10%도 되지 않는다. 업계는 적정 원가율은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의 원가율을 살펴보면 원가율 평균은 92.85%로 나타났다. DL이앤씨(89.0%)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모두 90%대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는 업황이 좋지 않아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대외환경에 대비하고자 CEO 교체가 잇따랐다.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중 7개 건설사 수장이 바뀌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현대차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각각 이한우, 주우정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같은 달 대우건설은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했다. DL이앤씨는 지난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앞서 올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월 전중선 대표를 선임했다. SK에코플랜트는 7월 김형근 대표를 선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일 정경구 HDC 대표를 수장으로 선임했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롯데건설은 대표를 유임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도 시공사 찾기 '난항'
올해는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건설경기 한파가 지속됐던 만큼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수주 기조를 보이자 정비사업지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빚었다. 특히 올해는 연말까지 서울 강남권 등 입지에서 시공사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고 유찰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실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숀 재건축은 지난 10월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8월과 9월 두 번의 시공사 선정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대우건설만 입찰에 참여하며 유찰됐다. 송파구에서도 방이동 한양3차 아파트 재건축이 10월 입찰을 진행했으나 참여 건설사가 없어 재입찰을 공고했다. 서초구 방배7구역 또한 올해 4월과 6월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으나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없었고 이달 9일 삼성물산만 응찰해 현재 유찰된 상황이다. 업계는 정비사업에서 경쟁입찰 성사가 드문 이유에 대해 출혈경쟁으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고 사업지 또한 수익성을 철저히 검토해 입찰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두번의 주택 공급대책…서울 그린벨트 해제 '관심'
정부는 올해 8월 8일 기획재정부 주재로 제8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올해 1월 10일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두번째 공급 대책이다. 8‧8 공급 대책을 통해 향후 6년 동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대규모 해제해 2025년까지 수도권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 특례법을 제정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2012년 후 12년 만에 처음 단행되는 것으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11월 8‧8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 택지 5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선정된 신규 택지 후보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2만 가구) ▲경기 고양시 대곡역세권(9,400가구) ▲의왕시 오전‧왕곡동(1만4,000가구) ▲의정부시 용현동(7,000가구) 등 4곳이다. 정부는 2026년 지구지정과 2029년 첫 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는 불안정한 정국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집권정당 향방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사업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통과…1기 신도시 선도지구 13곳
정부는 올해 5월 1기 신도시 재건축 계획 논의를 본격화했으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지역에 단지를 선정해 용적률 향상과 분담금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해 재건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6월 지자체별로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했다. 공모에는 15만3,000가구가 몰리며 지자체의 높은 관심이 있었다. 선정 물량이 3만6,00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4배 이상 많은 수다. 이어 11월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 단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성남시 분당에선 샛별마을 동성 등 1만948가구가 선정됐다. 고양시 일산에선 백송마을 1‧2‧3‧5 단지 등 8,912가구가 선정됐다. 안양시 평촌은 꿈마을 금호 등 5,460가구가 선정됐으며 부천시 중동엔 반달마을A 등 5,957가구가 선정됐다. 군포시 산본에선 자이백합 등 4,620가구가 시범단지에 선정됐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관리처분계획 수립, 2027년 착공 및 2030년 입주 순으로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히던 이주대책도 12월 발표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수요 발생에 따라 일시적‧국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주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성남도서관 인근 보건소 부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축완료 부지 등 성남‧분당‧평촌‧산본에 이주 지원 주택 7,7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주택 거래량 석달째 감소세
올해 7월과 폭염을 낀 여름철 계절적 이슈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듯 했으나 연말에 가까워지며 다시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9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로 인한 스트레스 DSR 시행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신고 건수 기준(16일)으로 2,829건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추가 신고되는 건수를 고려해도 3,000건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1월에도 3,000건대 거래량을 기록할 경우 석 달 연속 거래량은 3,000건대에 머무르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7월 9,206건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8월 들어 6,490건으로 줄었다 9월부터 3,131건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서울 강남권 등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한 수요자 부담과 대출 강화가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악성 미분양 누적 심각…4년3개월만에 최대
전국 악성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대출규제로 인한 부담 증가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저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836가구로 전월 대비 1.4%(940가구) 줄었다. 올해 7월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은 0.4% 증가한 반면 지방지역은 1.9% 줄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10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악성 미분양은 1만8,370가구로 한 달 사이 1,045가구가 늘면서 6.1%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대출 부담에 경매 매물 11년만에 ↑
고금리와 대출규제 등 대출 부담이 컸던 만큼 올해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겨지는 부동산이 2013년 이후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까지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나타났다.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 담보로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원금 또는 이자를 세 달 이상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 목적으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맞물렸던 만큼 임의경매 물건은 2년째 늘고 있다. 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6만6,248건, 6만5,586건이었던 데 비해 지난해에도 10만5,614건을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61% 늘어난 바 있다.
◆연말 탄핵정국 속 부동산 정책 동력 상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면서 그간 윤 정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 또한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임대차 2법 재검토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은 야당과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만큼 추진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임대차 2법이 전세가격 상승과 임대차 시장 질서 혼란을 야기한다며 폐지를 추진한 바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또한 일부 부담금 완화를 위한 법은 개정됐음에도 윤 정부는 완전한 폐지를 주장했는데 현재로서는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를 정비하는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시정비에 있어 세부적인 구역 선정 규모 등에는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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